매거진 여행

토리파인즈 골프장

미국 여행 13 (221120 - 221207)

by 꽃뜰

골프채를 갖고 가? 미국에서 공을 좀 쳐야지? 하하 그러나 그건 아니다. 동남아 싼 곳에 오래 공치러 가는 거 아니라면 낑낑 그 무거운 골프채를 들고 아이고 생각만 해도 공항에서 골프채 이동시키는 거. 싫다. 오빠가 함께 공을 치자 했는데 우린 골프화와 장갑 티 공 그런 사소한 것들만 챙기기로 한다. 오빠가 채를 빌려놓기로 하고 우린 몸만 가기로. 그렇게 한 번만 치기로 한다. 귀한 시간에 공만 칠 수 없으니까. 그러나 골프장 구경이야 모. 신나게 할 수 있지. 아. 그리고 골프화! 그거 갖고 가지 말자. 아웃렛 몰 가서 에코 신발 세일하는 거 사자! 오케이! 그렇게 우린 아주 가볍게 공 장갑 티만 챙겼다.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즈 골프장이다. 녹색으로 펼쳐진 고운 잔디를 보니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훤히 느낄 수 있다. 그 곱고 푸른 잔디 뒤로 넓고 넓은 바다. 18홀 중 7개 홀이 이렇게 바다와 맞닿아 있어 도대체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단다. 바다 풍경이 너무 멋져서. 타이거 우즈가 열전 끝에 연장전까지 하고 결국 우승한 2008년 U.S. Open 골프대회 열린 곳이 바로 여기다.


오호. 여기 잭니클라우스! 1969년에 우승했다고 돌판에 사진과 함께 새겨져 있다. 아널드 파머도 있고, 윌리엄 홀덴도 있다. 물론 윌리엄 홀덴은 챔피언이 아닌 특별 게스트! 재밌다. 얼굴과 싸인 등이 들어있는 돌판을 쭈욱 둘러본다. 바로 코 앞 그린 옆에서 어프로치 샷이 한창이다. 쉿! 쉿 쉿! 지나가는 카트에 앉아있는 분들이며 공치고 있는 분들이 거의 백인들이다. 대개는 세계 각 인종이 섞여있던데 여긴 백인들 뿐이네~ 하고 있는데 앗, 크게 들리는 여보~ 소리. 오홋! 막 도착한 젊은 한국인 부부. 좋겠다. 여기서 공치나 보다.


아쉬우니 골프숍이라도 들러볼까? 맞아. 나 모자 사야지. 우리나라 골프숍처럼 옷, 모자, 신발들이 쫘악 진열되어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여기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중인가 보다. 옷에고 모자에고 모두 토리 파인즈 로고가 새겨져 있다. 내 머리통이 커서 우리나라에선 모자마다 꽉 끼는데 여긴 쑥쑥 들어간다. 썬캡도 헐렁헐렁 자꾸 내려온다. 그래도 토리파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골프장 로고가 들어간 썬캡을 기념으로 산다. 모자를 잃어버렸으니, 아니 단체복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졌으니 필요하기도 했고.


로고에 보이는 나무가 바로 토리파인 Torrey pine이라는 멸종 위기의 소나무다. 요걸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골프장이란다. 나무도 멋지고 그린도 페어웨이도 아주 잘 관리되어있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한참을 서서 구경한다. 그래. 다음엔 골프채를 들고 와 봐?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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