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라호야 비치

미국 여행 14 (221120 - 221207)

by 꽃뜰

라호야? 스펠링이? 헉. 무척 어렵다. 절대 안 외워진다. La Jolla. 아하. 스페인어다. 보석이라는 뜻의 라호야. 은퇴 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란다. 얼핏 보아도 멋스러운 고급 주택이 해안가를 따라 즐비하다. 평일인데도 차가 꽤 많아 가까스로 주차를 한다. 가볍게 룰루랄라 맘껏 해변을 즐기자. 물개가 많다던데? 물개 있는 곳은 한참을 더 가야 해요. 차로 갈까요? 아니, 이 해변을 따라 마냥 걷자.


해변으로 내려가진 않고 위쪽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다. 그림 같은 집들. 해변 따라 쭈욱 난 도로. 푸른 잔디와 넓고도 넓은 바다. 사람들은 바다 가까이에 많지만 우린 그저 바라만 보며 멀찌감치 결어갈 뿐이다. 우리처럼 위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도 많다. 흐읍 크게 숨을 들이켠다. 맑은 공기로 꽉 차는 느낌이다. 아 좋다.


저기가 어린이 수영장을 만들었던 곳이야. 그런데 물개들이 몰려와 서식하는 바람에 더 이상 어린이 수영장이 될 수 없었지. 그 물개들로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어. 둑처럼 톡 튀어나오고 사람들이 가득한 곳을 가리키며 남편이 말한다. 책을 몇 번이고 본 남편의 상식이 여러 곳에서 빛을 발한다. 아하. 그렇구나.


이상한 새들도 많네. 펠리컨 같기도 하고 거위 같기도 하고. 사람 두려워않고 산책로 근처까지 올라와 느긋하게 쉬고 있다. 쭈욱쭉 해변을 따라 걷는다. 앗. 결혼식인가 봐. 초록 잔디 위에 많은 사람들이 정장 차림으로 앉아있다. 앞에는 꽃으로 예쁘게 무대가 장식되어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신부가 들러리들에 휩싸여 오고 있다. 이제 곧 식이 진행되려나보다. 장식된 많은 꽃들. 날리는 웃음소리. 우린 시간이 없어요. 우리 없이 진행하세요~ 하하. 축하의 웃음을 보내며 쓱쓱 우리의 갈 길을 간다. 행복하세요~


잔디밭에서 공놀이하는 가족들. 파도 앞에서 키스하는 연인들.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다 돌아서는 혼자인 사람. 각양각색이다. 앗, 제법 쌀쌀한데 웃통을 벗어젖힌 청년이 커다란 개와 함께 앞에서 천천히 걸어온다. 씩스팩이 선명하다. 헉. 그 못생긴 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 하니 오브 코스 하며 개에게 맘껏 포즈를 취하게 한다. 그 개의 독특한 얼굴을 카메라에 담고 일어나니 어느새 옆에 온 나이 많은 한 여자가 미소 가득으로 Cute! Cute! 한다. 정말 그 개가 예뻐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하, 저렇게 못생겼는데! 그게 매력인가 보다. 많은 사람이 기르는 것 같고 정말 예뻐하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보면 볼수록 나도 점점 빠져드는 가 그 못생긴 얼굴이 자꾸 보고 싶어 진다.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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