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19 (221120 - 221207)
아들은 데저트 힐이라는 아웃렛몰로 안내한다. 우리가 에코 신발을 사야겠다고 졸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로 많은 가격 할인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려면 꽤 비싼 에코 골프화를 좀 건져야겠다. 하하. 당장 에코 신발로 달려간다. 오홋. 아니 에코 신발을 이렇게 싼 가격에? 기왕 건지는 거 세일하는 거에만 눈이 가는데 할인한 데에 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그리고도 화이날 세일이라는 것까지 있는데 그건 정말 싸다. 싼 데 눈이 가니 예쁜가 좋은가 여부를 떠나 기왕이면 가장 세일 많이 하는 것에만 끌린다. 우아 380불 하던 게 화이날 세일로 67불이라니. 오홋 이게 말이 돼? 무조건 접수! 푸하하하 그런 식으로 나의 골프화를 아주 저렴한 값에 챙긴다.
잃어버린 선글라스를 사러 안경집에 가니 여기도 폭탄세일. 푸하하하 그렇게 가장 많이 할인된 것으로 하나 고른다. 그런데 가장 세일 안 하는 신상품 코너에 머무는 분이 계셨으니 히잡을 쓴 여인인데 까만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커다란 개와 황토색의 작은 개를 데리고 있다. 바로바로 그 못생긴 개! 또 만났다. 약간 다른 듯하지만 그 못생긴 폼은 꼭 같은 바로 그 개. 반갑기까지 하다. 하하.
저녁으로 엘 포탈이라는 멕시칸 음식점에 간다. 새로운 음식을 맛 보여주려는 아들의 노력인데 아이고 요 거이 무슨 냄새냐. 독특한 향이 우린 좀 견디기 힘들다. 과자는 빠삭 맛있는데 고기나 양념이 영 우리 입맛엔 이상하다. 나초 과자만 소스 찍어 맛있게 먹는다. 안 맞으세요? 아들은 이 맛있는 게 어떻게 입에 안 맞으실까 의아한 표정이다. 기다리세요. 내일은 입에 맞으실 멕시코 음식 사드릴게요. 토종 멕시칸은 안 맞으시나 봐요. 내일 것도 안 맞으면 엄마 아빤 멕시코 음식은 아닌 거예요. 다음날 그는 미국화 된 멕시코 음식 타코벨에 우릴 데려간다. 거긴 좀 먹기가 편하다. 그래도 여전히 그 독특한 향은 거슬린다. 하하 촌스러운 우리 입맛이라니.
은하수 물결을 보여주겠다며 옷을 단단히 입게 하고 달려라 달려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향해 간다. 특이한 지형과 바위, 죠슈아 나무로 유명한 곳인데 특히 밤이 되면 별빛이 쏟아지는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단다. 그래서 밤에 간다. 그런데 가도 가도 칠흑 같은 어둠일 뿐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이 어디일까? 나타나질 않는다. 중간에 내려본다. 넓고 넓은 곳이 캄캄할 뿐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인다. 무섭다. 아주 가끔 차가 쒱하니 달려갈 뿐이다.
일단 여기서 하늘의 별을 보자. 저 정도면 많은 거 아냐? 아니에요. 엄청난 별들이 쏟아진다니까요. 한참 더 가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엔 저 정도도 많은 별들 같은데 아들이 아는 별천지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참을 차를 세워놓고 춥지만 밤하늘을 구경하려니 뒤에서 가끔 차가 온다. 그때마다 깜깜한 중에 우리 차를 발견 못하고 꽝 들이받을까 걱정이 되어 비상등을 켜주곤 한다. 너무 춥다. 너무 깜깜하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이 정도면 되었다. 가자. 그래도 그 화려한 은하수를 보셔야 하는데. 아니야, 이 밤 운전은 너무 위험해. 무섭다. 가자. 남편과 내가 강력히 밀어붙여 죠슈아 트리의 쏟아지는 별을 보여주려는 아들을 겨우 돌아서게 한다. 이 정도면 반짝반짝 멋진 별들이야. 엄마 아빠를 위한 많은 준비,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