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땡스기빙 데이 Thanksgiving Day

미국 여행 20 (221120 - 221207)

by 꽃뜰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Thanksgiving)은 하나님께 1년 동안 추수한 것에 대한 감사제를 올리는 개신교의 기념일로 미국에서는 1년 중 최대의 명절이다. 미국은 11월 넷째 목요일로 한국의 추석처럼 가족들이 모여 많은 음식을 만들어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날 금요일이 블랙 프라이데이로 모든 상점들이 크게 세일을 한다. <위키백과>


땡스기빙 때는 다들 가족과 함께 해. 우리나라 추석과 같지.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미국에 사는 오빠는 땡스기빙 때의 미국을 설명해주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우리 모두를 집으로 초대했다. 나에게는 꼭 삼 남매. 두 살 터울로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데 오빠는 80년대 중반쯤부터 미국에 살고 있고 남동생은 캐나다에 살고 있다. 오빠의 딸은 얼마 전 완전 토종 미국인과 결혼했다. 시댁은 플로리다인데 추수감사절엔 친정에, 크리스마스 땐 시댁에 간단다. 한 번에 한 집씩만. 하하 꽤 합리적이다. 그래서 이날 미국인 조카사위까지 모두가 모이게 되었다.


새언니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하여 우리를 맞았다. 우리 모두는 이층에 묵는다. 집이 너무 깨끗하다. 뽀송뽀송 카펫이 이층 전체에 깔려있는데 행여 나의 머리카락이라도 떨어질까 조심스럽다. 정원은 오빠가 직접 설계해 만들었다며 자랑한다. 새로 분양받아 입주한 집들이 쫘악 있는 동네라 우리나라 신도시 느낌이다. 내일 아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우린 오빠 집에 있으며 패키지여행을 다녀올 거다. 그동안 아들은 우리를 까맣게 잊고 자기 업무에만 매달리면 된다. 다행이다. 바쁜 그의 시간을 너무 뺏어 미안하던 참이기 때문이다.


4시면 어두워지기 시작해 5시면 캄캄해지는 요즘 미국. 오빠네는 이미 8시면 잠자리에 드는 분위기다. 남편과 내겐 초저녁이다. 남편은 2층 거실에서 책을 읽고 난 1층에 있는 오빠 서재로 살금살금 내려가 다다다다 나의 글을 쓴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 아래 하루치 여행기를 적는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침대가 있는 이층으로 살금살금 올라온다. 쉿! 오빠네가 잠을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살금살금. 하하 도둑고양이다.


아들네도 호텔도 어느 곳엘 가나 미국은 샤워가 영 불편하다. 물을 흘리지 말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천정 근처에 꼭지만 달려있는 샤워기다. 그런데 오빠 집에 갔더니 샤워기에 우리처럼 줄이 달려있다. 한국식으로 주문했나 보다. 하. 이 편한 걸 놔두고! 남편이 아들에게 샤워기 줄 있는 걸로 바꿔줄까? 묻지만 아들은 이미 익숙해져 괜찮다며 사양한다. 그게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지? 하하 남편이 의아해한다.


아들 집에도 오빠 집에도 화장실에 우리가 부엌에서 쓰는 키친 타월이 있다. 코스트코에서 산 아주 단단한 거. 처음엔 왜 부엌에 가야 할 게 여기 있는가? 이상했는데 세수하고 나서 물기, 머리카락 등을 닦아내기 딱이다. 아하. 나도 집에 가면 화장실에 휴지 말고도 코스트코 키친 타월을 하나씩 놓아두어야겠다.

완전 미국인인 조카사위가 온통 한국인인 오빠 집에서 하하 푸하하하 즐겁게 어울리는 게 신기하다. 2세들끼리는 아주 빠른 영어로. 오빠랑은 조금 빠른 영어로. 나랑 새언니랑 나의 남편과는 아주 느린 영어로. 하하 그렇게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한다. 나의 조카를 너무 좋아한다.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하하 그렇게 세상은 이 나라 저 나라 상관없이 좋으면 함께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진: 꽃 뜰)


keyword
꽃뜰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