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23 (221120 - 221207)
와이너리가 그렇게 멋질 줄 몰랐어. 엄마아빤 그곳의 경험이 너무 좋았다. 하하 계속 감탄을 쏟아내니 아들은 다시 또 와이너리 행이다. 이번엔 제법 유명한 썬스톤 와이너리. 너른 포도밭을 한참 지나가니 커다란 나무가 나오고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우아 꽤 유명한 곳인가 봐? 차가 무척 많다. 우리가 차를 대는 중에도 계속 들어온다. 내려서 가는 사람들을 보니 가족 단위가 많다. 즉 애들과 함께 가는 부모들이 꽤 많다. 아장아장 아주 어린애에서부터 마지못해 따라온 듯한 사춘기 소녀까지. 그걸 어떻게 아느냐. 예약을 안 하고 온 우리는 일단 들어가는 입구에서 접수를 하고 옆에 있는 긴 돌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려서 입장해야 했다. 꽤 많은 사람을 기다리면서 우린 주변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아주 가까운 곳에 너무 예쁜 소녀가 앉아있는데 마지못해 끌려온 듯한 사춘기 특유의 표정. 하하 그 뾰로통한 모습마저도 얼마나 예쁘던지.
드디어 우리를 부른다. 입장! 그런데 너무 기다려서 화장실을 제일 먼저 가고 싶다. 화장실! 들어가자마자 어떤 고풍스런 건물이 화장실인데 앗, 그 앞에 사람들이 꽤 많이 줄을 서 있다. 누군가 저 안에도 화장실이 있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우린 입구 쪽의 이 줄을 포기하고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가면서 보니 한쪽엔 테이블 한쪽엔 잔디밭이 있는데 그 잔디밭엔 아장아장 아가들과 아빠들. 공놀이를 하기도 한다.
안으로 쑤욱 들어가니 역시 꽤 고풍스러운 흙담 같은 곳에 작게 Toilet이라고 쓰여 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입구의 긴 줄을 생각하니 너무 다행이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니 오홋. 나무가 보이는 높은 창에 부드러운 커튼. 내리쬐는 햇살. 아니 화장실 풍경이 이리 아름다울 수가. 하하 볼일을 보면서 찰칵. 화장실이 이렇게 아늑하다니. 썬스톤 와이너리 자체가 기대만만이다.
아들을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지난번처럼 나누어 테이스팅이 가능하단다. 오케이. 게다가 잔을 받아서 동굴 안 깊숙이에서 마셔도 된다는 것이다. 따스한 햇빛아래 야외 테이블엔 사람들이 한가득인데 동굴 안에는 빈 테이블만 있을 뿐 앉아서 마시는 사람은 없다. 오호 그렇다면! 네! 좋아요. 우리 여기서 마시겠습니다. 매 번 입구로 나와 와인을 받아갔는데 조금 후 이 분은 직접 우리가 앉아있는 동굴 안에까지 와서 와인을 따라주며 설명해 준다. 분위기가 더욱 와인을 멋스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아들에게 배운 대로 먼저 코로 향을 후욱 맡고 입안에 넣어 또로록 굴리며 그 맛을 입안 전체로 느끼다 목구멍으로 꼴깍 넘기며 그 촉감을 즐긴다.
동굴 안에는 와인을 숙성시키고 있는 커다란 오크통들이 있고 또 한쪽 구석을 보면 이미 병에 담긴 와인이 벽면 가득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가끔 연인들이 와인잔을 들고 이 동굴 속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빈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즐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많은 사람들이 테이스팅 후 박스채 와인을 사간다. 아들도 계산해보더니 가성비 너무 괜찮다며 기꺼이 한 박스를 구매한다. 착착 따라주는 와인을 눈으로 코로 입으로 목구멍으로 순서대로 즐긴다. 온 가족이 즐기는 듯한 가족형 썬스톤 와이너리. 술 못하는 남편도 어느새 얼굴이 벌겋게 되어 좋아 참 좋아한다. 하하 나도 참 좋다. 우리가 이렇게 와이너리 탐방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알딸딸 매우 좋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