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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솔뱅 Solvang

미국 여행 24 (221120 - 221207)

by 꽃뜰


30년 전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바쁜 남편은 놔두고 우리끼리 여행할 때 들렀던 곳. 그때 산 풍차 마그넷이 여전히 우리 집 원형 식탁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다. 그 솔뱅에 갔다. 온통 덴마크식으로 참 아름다운 풍경. 옛날엔 한적한 시골 작은 도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다. 가는 곳 마다마다 관광객이 차고 넘친다.


배가 고픈 우리는 일단 식당으로 돌진이다. 아들이 맛집으로 선택한 곳에 쭐레쭐레 따라간다. 주문도 하하 재빠르게 말하며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은 아들이 도맡아 한다.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려서야 음식을 받는다. 시장이라는 반찬과 함께 너무 맛있다. 팁을 테이블에 놓는 게 아니라 영수증에 써넣는다고? 그러니까 음식값이 메뉴 적혀있는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금이 붙고 거기 다시 팁을 20프로 줄 거냐 30프로 줄 거냐 하여 꽤 비싼 값이 된다. 아이고.


창으로는 솔뱅 거리를 보며 느긋하게 우리의 식사를 즐긴다. 세월이 참. 30년 만의 재방문이구나. 넌 너무 어려서 기억이 날까? 초등학교 때 엄마 따라 이곳에 왔던 아들은 이제 엄마아빠를 리드하고 있다. 세월의 위력이다. 하하. 어느새 이렇게 컸을꼬?


하느작하느작 관광객 물결 따라 우리도 여유만만. 사람이 북적대는 가게에도 들어가 본다. 명품은 아니지만 오홋. 엄마가 바로바로 찾던 건데! 핸드폰 들어가고 자크 달린 부드럽고도 아주 작은 가죽 가방. 곁에서 더 멋진 걸 사라 아무리 부추겨도 내 눈에 들어온 딱 하나. 일명 포켓 백. 나 이거 살래. 결국 그 많은 줄을 기다려 사고야 만다. 그리고 이미 마르고 닳도록 그 작은 가방만 쓰고 있다. 언제나 내 몸에 착 달라붙는 가볍고도 부드러운 포켓가방.


여유롭게 쇼핑을 끝내고 다시 걷기. 오홋? 안데르센 뮤지움. 안데르센. 그 유명한! 들어가자. 아쉽게도 오늘은 휴관. 그러나 책방은 열려있고 그 책방에서 슬금슬금 안데르센 박물관을 훔쳐볼 수는 있다. 다시 올 수 없으니 그거라도 보자. 저 멀리 안데르센 조각상이 있다. 안데르센 동화를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 바로 그의 기념 박물관에 오다니. 많은 책들 사이에서 행복하다. 으음 책 냄새는 언제나 좋아.


따각따각 말이 이끄는 트램 하며 빙글빙글 도는 풍차. 우리 덴마크에 와있는 것 같아. 하하 배도 두둑하니 여유만만이다. 30년 전과 달리 패키지가 아니니까 있고 싶은 곳에 맘껏 오래 머물 수 있다. 파란 잔디밭. 저기서 우리 쉬었다 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맘대로 걷고 쉬는 이 즐거움이라니. 오홋 좋아.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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