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쌘드 캐년 컨트리클럽

미국 여행 25 (221120 - 221207)

by 꽃뜰

오빠랑 공 치러 가는 날. 전날 저녁 아들은 자기 집으로 떠났고 우린 이제부터 커다란 오빠 집에 머문다. 그 첫 행사로 모두 함께 골프장에 가기로 했다. 나랑 남편 오빠 그리고 지금 한창 골프 재미에 빠졌다는 오빠 아들. 그러나 우리는 골프채를 가지고 오지 않아 빌려서 쳤는데 요게 문제였을까?


국내에선 꽤 좋은 실력을 자랑하는 남편이 영 맥을 못 춘다. 멋지게 빵~ 나이스 샷을 외치려 하나 첫 홀 드라이버샷이 코 앞에서 고꾸라진다. 아이고 조카랑 처음 하는 라운딩인데 어떡해. 조카 머릿속에 고모부는 꽤 골프 못하는 사람으로 남겠네. 나는 빌린 채가지고도 빵빵! 금방 적응해 신나게 즐기고 있는데 남편은 영 적응을 못한다. 남자들 채는 여자 거랑 많이 다른 가보다.


초반에 남편의 드라이버샷 저조로 우리의 분위기는 좀 어색하다. 공이라는 게 빵빵! 멀리 나가야 분위기도 잡히고 웃음도 살살 배어 나오고 신나는 건데 아이고 어쩌자고 남편의 공은 저렇게 이상하단 말인가. 아무리 웃으려 해도 잘 웃음이 안 나오는 상태가 된 것이다.


힘이 좋은 조카의 드라이버샷은 그야말로 쭉쭉빵빵~ 멀리멀리 나간다. 남편님아 어서 그 기량을 회복하시지요. 아무리 긍정 마인드 깔깔 푸하하하 웃음을 쏟아내는 나도 남편의 속수무책 이상한 샷에는 그렇게 웃음을 쏟아낼 수가 없다. 채가 이렇게 영향을 미치나?


한국의 골프장과는 사뭇 다르다. 우린 운동복은 모두 보스턴 백에 넣어 간다. 공을 치고 샤워 후 깔끔히 갈아입고 나오는 데 미국은 그게 아니다. 집에서부터 아예 운동복을 입고 간다. 샤워는 끝나고 집에 와서 한다. 간편하긴 하다.


라운딩 전 화장실에 갔다. 칸막이 아래로는 뻥 뚫려있어 옆자리 사람의 신발이 다 보인다. 앗, 앗앗 그런데! 쏴아 힘찬 소변소리에 놀라 옆을 보니 앗 이건 뭐지? 신발이 아무리 해도 여쟈가 취할 수 없는 형태. 신발 코가 문을 향해 있어야 하는데 앗 분명 남자 아닌가? 신발코가 문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 하이고 모야. 웬 남자? 너무 무서워 그 의문의 운동화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나간다. 남편이랑 모두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프런트에서 우리 팀 떠나라고 이름을 불러 아무 설명 못하고 우선 물을 하나씩 들고 한 카트에 남편과 나, 또 다른 카트에 조카랑 오빠가 타고 출발한다.


첫 홀에서 샷 하기 직전 모두 카트에서 나와 있을 때 쉿 쉿 난 엄청난 비밀을 말하듯 오빠에게 말한다. 오빠. 나 여자화장실에서 글쎄 말이야. 그러나 오빠는, 아마도 남자 화장실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간 게지. 하면서 영 대수롭지 않아 한다. 아, 그러나 난 가슴이 두근두근 외모는 여자인 남자가 화장실은 어쩔 수 없이? 하하 별 생각을 다 한다.


조카와 함께 하는 골프는 즐겁다. USC를 나온 조카는 연대를 나온 나의 남편이 고대랑 그러하듯 자기네가 UCLA를 이겨야만 한다며 짬만 나면 한창 진행 중인 미식축구 응원에 여념이 없다. 푸하하하 그래서 난 기념으로 조카가 쓰던 USC 마크를 받아온다. 알았어. UCS가 UCLA보다 월등해~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 한 홀 한 홀 더 해가며 우린 골프 자체에 빠져든다. 비록 우리 채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 골프장에서 공을 치는 경험도 한다. 하하 오빠 감사합니다~




(사진: 꽃 뜰)


keyword
꽃뜰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