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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모바일 신분증 업데이트

by 꽃뜰

아 속상하다. 정말 속상하다. 정말 정말 속상하다. 신분증 쓸 일 없을까? 걱정이 앞선다. 전철 공짜 탑승은 일단 포기하고 우쒸.


여행을 앞두고 짐을 챙기면서 나는 물건을 하나라도 줄이려 애쓰고 있었다. 무겁진 않지만 신분증의 경우도 기왕이면 적게 적게. 여행을 가려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거지만 난 얼마 전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면서 모바일 신분증도 설치했기에 자신 있게 나의 진짜 신분증은 지갑에서 빼놓았다. 분실의 위험도 있고 짐을 줄인다는 데도 한 몫하는 거고.


룰루랄라 여행길에 나선 나. 서울 가는 열차 안에서 문득, 아, 서울에선 65세 이상이면 전철이 공짜인데. 강남에서 일을 보고 일산 엄마집까지 가려면 꽤 오래 전철을 타야 한다. 하하 요때 이 전철 값이 무료라니? 당연히 이용해야지? 아, 그 편의를 위해서는 신분증을 가지고 왔어야 할까? 모바일 신분증으로 가능할까? 직원을 호출해야 할까? 등등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모바일 신분증이 제대로 잘 있는가 확인이나 하자. 면허장에서 설치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기에 궁금하기도 했다.


짜잔~ 핸드폰 목록에서 모바일 신분증을 클릭. 오호호호 나의 신분증. 앗 그런데 업데이트를 하란다. 오호 그새 무언가 좋아졌나 보네. 물론 업데이트하지요~ 그런데 모바일 신분증에 좋아질 게 무어 있을꼬. 어쨌든 업데이트 클릭! 앗. 그런데 이게 모지? 지문 인증 하라는 명령에 따라 인증을 하는 순간 다시 업데이트 화면이 뜬다. 앗! 왜 이러지? 이번엔 비밀 번호로 인증. 이 역시 인증 완료되자마자 다시 업데이트하라는 화면. 아, 모야.


플레이스토어에서 업데이트를 하는 순간 다시 반복되는 업데이트! 업데이트! 아, 이거 모야. 앱에 달린 글들을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무한 업데이트에 빠진 곤란한 자들의 글이 한가득. 오호~ 해결책이 있다. 직원의 자상한 답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가서 앱캐시 삭제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다시 실행하라. 네~ 네~ 화면에 고정시키니 깨알 같아진 글을 눈 부릅뜨고 보고 또 보며 정확히 따라 한다. 아, 그러나 그 고생 후에도 꼭 같이 업데이트! 업데이트! 아, 이거 모야.


다시 댓글을 뒤져보니 어떤 분의 자상한 설명. 직원분 말씀대로 해도 안되니 모바일 신분증 앱으로 들어가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다시 인증받아 어찌어찌해 재발급을 받으라는. 그래야만 업데이트 무한반복! 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그대로 따라 한다. 모든 데이터 삭제!!! 그리고 다시 인증 어쩌고 저쩌고 발급! 그렇구나 그렇구나 과정 따라 진행하며 참 고마운 분, 직원보다 훨씬 낫네 하고 있는데 아, 그런데 이를 어쩌나. 모든 과정이 끝나고 발급 직전에 운전면허증을 준비하란다. 핸드폰 카메라에 대야 하는 과정이 남은 것이다. 하이고! 고생도 고생이지만 지금 현재 난 신분증이 없다는 거다. 모바일 신분증만 믿고 실제 신분증을 안 가지고 왔다! 헉! 이를 어째? 그건 생각도 못하고 다다다다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으니 아이고.


신분증이 없는데 발급이 되겠는가? 어떻게 그 생각을 못했을까? 성급히 삭제할 게 아니었다. 일단 지하철 혜택은 포기해야만 하는구나. 그리고도 이번 서울행에 신분증이 필요한 경우는 없을까? 이젠 신분증 자체가 몽땅 사라졌으니 아, 어쩌나. 아 어떡하나. 제발 나의 신분증이 필요한 일이 없기만을 바랄 밖에.


아. 속상하다. 정말 속상하다. 정말 정말 속상하다. 긴 거리 전철 혜택 못 받는 것도. 달리는 열차 밖 구경은 커녕 핸드폰에만 코 박고 있어야 한 것도. 아무런 성과 없이 신분증 필요한 일 없을까 조마조마해야만 하는 것도.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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