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진 그녀

by 꽃뜰
지금까지 입던 77 사이즈 헐렁해서 입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몽땅 정리해 맞을 사람에게 보내버렸어요. 이젠 옷이 없어 66 사이즈 새로 구입해야 해요.


그녀는 무심코 말했지만 내겐 꽤 자랑하는 말로 들린다. 12시 티오프였던 우리는 대충 아점으로 무언가 두둑이 먹고 왔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는 그녀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나 보다. 달걀을 한 아름 삶아와 이제부터 먹을 시간인지 두 개를 후딱 해치우더니 우엉 우린 물을 마신다.


우엉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대요. 살 빠지는 데가 아니라 살 빼느라 못 먹은 영양을 보충 해준 대요.


다 끝나고 저녁식사를 할 때도 어떤 메뉴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를 어떤 메뉴가 맛있을까? 보다 우선으로 고른다. 저녁 6시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다음 날 12시가 되어야 먹기 시작한다는 그녀. 먹는 시간에는 열심히 먹는다는 그녀. 그것만으로 무려 8킬로를 뺐다는 그녀. 난 그 옆에서 부러워만 한다. 그런 내게 그녀 없을 때 주변 친구는 속닥속닥 말해준다.


나이 들어 살 빠지면 더 곤란해. 살 찌우는 게 더 힘들다고. 지금 보기 딱 좋아. 행여 살 뺄 생각하지 마.


그 말에 안심하고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먹는 나. 한심하다. 작심삼일이면 어때? 다시 결심하면 되지? 운운하며 자신만만하던 나는 불러지는 똥배에 기가 팍 죽어버렸다. 결심도 중요하지만 그걸 끝내 지켜내는 그녀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난 의지박약아 인가? 왜 그녀처럼 좀 독하게 못하지? 그러나 아흑 밤에 안 먹는다니? 남편과 함께 요것조것 먹으며 TV 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간헐적 단식한다고 나인투일레븐하며 시간 정해 안 먹으니 먹는 시간엔 정신없이 먹고 온 신경이 먹는 데만 가 있더라. 그게 뭐야. 나의 삶이 먹는 거에만 집중해서 되겠냐고. 그런 합리화로 간헐적 단식이니 다이어트니 딱 끊고 그래 나에겐 다른 게 더 중요해. 먹고 싶으면 먹고 배부르면 안 먹고 그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자고.


그렇게 맘을 편하게 다스렸는데 아, 옷이 끼기 시작한다. 몸무게는 무서워서 못 달아보겠다. 무척 늘어있을 것만 같다. 몸이 둔해지고 바지가 끼고 요건 살이 찐다는 증거니까. 심리전을 잘해야 할 텐데. 아, 그녀는 정말 날씬해졌다. 그래서 66 사이즈 새 옷 살 생각에 온통 마음이 부풀어있다. 난 똥배가 뽈록 나오기 시작해 옷 사러가기도 꺼려진다. 음 어떡하지? 그렇다고 다시 다이어트합네. 간헐적 다이어트 시작이네 그렇게 결심하고 싶진 않다. 딱 그럴 때 들려오는 말.


그 어떤 몸무게가 되었건 한결같은 몸무게가 최고로 좋은 거래요. 뺐다 쪘다 그게 훨씬 나쁜 거래요.


그렇지. 그런 말도 있는데. 괜히 다이어트라고 먹는 거에 제동 걸지 말자. 먹고 싶은 때 먹는 거야. 즐겁게. 아, 그러나 더부룩한 배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왜 좀 독하게 그녀처럼 쫙 살 빼기를 못할까?


(사진: 꽃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