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Mar 13. 2023

옷장 정리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거실 한가득 옷장의 옷을 있는 대로 몽땅 끄집어내 겨울바지 여름바지 티셔츠 반팔티 등으로 분류를 했다. 그리고 공대생이었던 탓인지 손이 닿았다 하면 자로 잰 듯 반듯해지는 남편에게 살짝 부탁도 한다. 여보~ 개키는 건 여보 담당~ 그렇게 한가득 어질러 놓고 눈으로는 TV를 보며 대대적 봄맞이 옷정리를 시작했는데 텅텅 빈 옷장에 채워 넣다 보니, 아. 뭐야? 빽빽하긴 마찬가지네. 그리고 보니 버릴 거 버리고 정리한다면서 몽땅 비워낸 것을 새로 개키기만 할 뿐 고대로 다시 넣고 있었다. 이건 이래서 버릴 수 없고 저건 저래서 버릴 수 없고. 아, 다시 꽉꽉 채워져 가는 옷장. 미니멀라이프 한다면서! 눈을 새롭게 떴다. 집에서 입는 옷, 동네 외출복, 골프복, 헬스복 등으로 요상하게 분류해 놓고 내가 즐겨 입는 것들 중심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입으려다 아닌 것 같아 몇 번씩 내려놓으면서도 옷장을 채우고 있던 것들을 과감히 버렸다. 아니 버릴 곳으로 즉 방 한편으로 꺼내놓았다. 그러면서 공간도 생기고 여유도 생기고 내가 무슨 옷이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저 골라낸 옷들을 집 아래 의류수납함에 가져다 놓으면 끝인데 과연 내가 그걸 버릴까? 당근 마켓? 아름다운 가게? 아, 그 모든 것들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귀찮다. 빨리 행하려면 집 아래 의류수납코너가 최고다. 그나저나 한쪽에 모아놓기만 한 채 또 맘이 변하여 다시 다 옷장 안에 넣는 건 아닐까? 그랬던 전적이 있는 나다. 아, 눈 딱 감고 버려야 한다. 아이고. 난 왜 이렇게 미니멀라이프가 힘든 것일까. 생각만 바꾸면 되는데. 살짝 그 생각에 필이 꽂혀 이것도 저것도 안 입는 걸 몽땅 골라냈건만 지금 그 작업 진행 중이건만 모든 게 끝나고 그걸 집 밖으로 정말 내갈지에는 하하 자신이 없다. 그래도 도전 또 도전이다. 집이 호텔방처럼 깨끗해지는 그날까지 파이팅! 푸하하하. 


(사진: 이건희컬렉션에서 찍음.)


매거진의 이전글 편치 않은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