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Apr 28. 2023

가래떡

나의 똥배 주범이지만 난 이 가래떡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릴 때 설날이 다가오면 커다란 다라이를 머리에 인 엄마 따라 방앗간에 가던 추억을 몰아오기 때문이다. 길고도 긴 줄을 서서 오래오래 기다려 드디어 동그란 구멍 두 개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며 우리 떡이 떨어질 때. 아, 그 기쁨을 어찌 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난 전화기를 들고 말한다. 가래떡 손가락 크기로요! 그러면 척 알아듣는다. 손가락 크기로 잘라서 1 박스 만들어 주신다. 그걸로 떡볶이도 해 먹고 프라이팬에 구워 꿀을 찍어도 먹고 조금 더 잘라 떡국도 끓여 먹는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전화 한 통화면 집까지 배달해 주는데 요즘은 직접 가지러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쑥을 캐와 사람대신 길게 줄 서 있는 쑥 봉투들 때문이다. 떡이 다 된다는 오후 5시에 난 룰루랄라 떡을 찾으러 갔다. 쑥카스텔라 쑥절편 쑥찰떡 온갖 쑥떡을 만드느라 정신없을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깨끗이 치워진 방앗간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아니 매우 바쁠 텐데 웬일이세요? 기계가 고장 났어요. 얘도 힘들었나 봐요. 세상에 얼마나 바빴으면 기계가 고장이다. 그래서 잠시 손 놓고 계신 중이란다. 두 분 몸 고장 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오랜 단골로 함께 늙어가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계 고장이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 내 말에 두 분 푸하하하 웃음을 쏟아내며 네~ 나도 덩달아 깔깔 웃는다. 너무너무 바쁜 그분들의 휴식을 보니 기계는 고장이지만 마음은 좋다. 집에 와서 말랑한 가래떡을 남편은 딱 세 개. 나 역시 처음엔 세 개로 시작했지만 여섯 개까지 먹었다. 그리고 또 먹고 싶다. 미친 나의 똥배 주범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한 개 더! 하하 정말 맛있다.


(사진: 꽃 뜰)
매거진의 이전글 국제전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