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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12. 2019

보길도를 향하여 출발~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드디어 여행을 떠난다. 주일 울산에서의 많은 일들을 끝내고 열차에 오르니 밤 12시 다 되어 엄마가 계신 

일산 주엽역에 내린다. 제복의 아저씨들이 셔터를 철컥철컥 내리고 있는 것 보아 아마도 내가 탄 게 막차인가 보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찔. 


그런데 휙휙 퐁퐁 잘도 달려가는 분. 룰루랄라 기분이 꽤 좋은 모양이다. 헉. 자세히 보니 양쪽에 목발. 오른쪽 반 바지가 달랑달랑. 한쪽 다리가 없다. 그 몸으로 깡충깡충 잘도 뛰면서 휘파람까지. 그런데 어떡하나. 바로 내 앞에서 내가 나가는 출구로 가고 있지 않은가.

새카만 밤. 지하철 셔터문 마저 철컥철컥 내려지고 있는, 행인도 거의 없는 아주 깊은 밤. 주엽역 4번 출구엔
어마어마하게 좁고 긴 에스칼레이터가 있다. 저길 따라가 말아? 깡총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그 다리 없는 아저씨와 단 둘이 타는 것이 무언가 께림찍하여 멈칫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획 돌아서며 나를 보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엘리베이터 저 쪽으로 돌아 가면 있어요."
앗. 난 너무도 부끄러워 얼른 에스칼레이터에 올라타며 "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크게 답한다. 환갑여행 갈 커다란 짐보따리를 든 나를 도리어 걱정해 주는데 난 두려워 탈까 말까 망설였다니. 





지나가는 아저씨도 깜짝 놀라 돌아볼 만큼 우리에게선 벌써부터 폭풍 웃음이 쏟아지고 있었으니, 예정보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압구정 대기팀은 불평불만은커녕 웃음천국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산팀은 왜 늦었을까? 

"코를 골며 쿨쿨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 깨울까 말까 생각 중이야." 새벽같이 달려간 내게 선옥이는 말했다. 남편을 깨울까 말까. "무얼 깨워. 우리끼리 하자." 둘이서 낑낑 물건들을 내리고 지하에서 차를 가져와 싣고 문숙이를 태운다. 춥다. "김밥을 찾아야 해." 김밥집을 기사에게 좌회전 우회전 설명하고 가던 중 "아앗. 내 카드. 카드가 없어졌어." 선옥이의 비명. "잘 찾아봐." "없어." "썼다는 문자 안 왔으면 분실 아니야. 있을 거야." "없어." "좀 더 찾아봐.""없어." "신고해야겠지?" "그래. 일단 해라."


정신없이 카드 찾기에 쏙 빠진 우리. 그 사이 기사님은 길을 잘 못 들어서고. 새벽엔 단 5분도 엄청난 차이. 

김밥집을 찾아 다시 빠꾸 하고 돌고 황금 같은 새벽시간이 휙휙 지나갔던 것이다. "앗. 여기 있네." 그 난리 법석 끝에 분실신고를 완료하자 떡하니 지갑 쟈크 주머니 속에서 나타나는 카드. "요 거이 바로  우리의 실상이여."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나이, 환갑을 실감한다. ㅋㅋ


이런 우왕좌왕으로 약간의 지체가 출근길 교통체증과 맞물려 늦었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하하하 푸하하하 깔깔 까르르르 우리들 웃음은 끝이 없으니 아, 우리는  여고 동창 이어라. 호홋.

https://youtu.be/-LRKghVuU54



김인순 - 여고졸업반 1975


이 세상 모두 우리 거라면 이 세상 전부 사랑이라면 날아가고파 뛰어들고파 하지만 우리는 여고졸업반 아무도 몰라 누구도 몰라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 뒤돌아보면 그리운 시절 생각해보면 아쉬운 시간 돌아가고파 사랑하고파 아아 잊지 못할 여고졸업반 아무도 몰라 누구도 몰라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 뒤돌아보면 그리운 시절 생각해보면 아쉬운 시간 돌아가고파 사랑하고파 아아 잊지 못할 여고졸업반 아아 잊지 못할 여고졸업반




아. 신나. 너무 좋아 ~너무. 이리 껴안고 저리 껴안고 우헤헤헤 깔깔 푸하하하 찰칵찰칵 앗 그런데 죽전이
다가오자 기사 아저씨. "아아 정신여고 이혜숙 씨를 찾습니다. 정신여고 이혜숙 씨는 즉시 이 버스를 타십시오..." 정류장에 가득한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로 크게 방송하는 게 아닌가. 하하. 곧 혜숙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차를 탄다. 졸지에 매스컴 탄 혜숙이. ㅋㅋ






그뿐인가. 젊은 기사 아저씨. 버스 앞에 대문짝만 하게 '정신여고 동창회'라고 번쩍번쩍  달고 다니는 통에
우린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았으니, 그중 한 곳이 망향 휴게소. 어떤 아저씨가 와서 "저... 우리 차에 남자만 있는데요..." 하며 미팅을 제안한다. 하하. 기사님께서 싹 잘라 거절했기 망정이지 하하 푸하하하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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