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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4. 2023

혼자

넓은 바다에 아저씨 혼자 두 대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앉아있다. 저 바다에서 저 모래사장에 앉아 고기가 잡히나?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 변함이 없다. 즉 고기가 아직 한 마리도 안 잡혔다는 뜻이다. 고기가 잡히는 순간 낚싯대를 낚아채든가 행동의 변화가 있을 테니까. 바다 반대쪽에 캠핑족이 즐비한 가운데 아저씨 혼자 두 대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앉아있다. 내 눈에 보이는 한 그 해변에 낚싯대 드리운 자는 딱 그 아저씨 한 명뿐이다. 홀로 앉아 낚시하는 그 아저씨가 꽤 용감해 보인다. 남들 안 하는데 홀로 무언가 하려면 꽤 용기가 필요할 테니까. 난 혼밥도 힘든데 저 아저씬 혼낚을? 그 용기가 부러워 자꾸 돌아본다. 그런데 배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지 않고 저 해변에서도 고기가 잡히나? 희망이 있으니 저리 오래 꼼짝 않고 앉아있겠지? 깔깔 푸하하하 해변 안쪽을 거닐며 오랜만에 시끌벅적 바닷가 일박이일에 들뜬, 작은 애가 학교 다닐 때 학부모로 만나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난 자꾸 그 혼자 있는 아저씨에게 눈을 준다. 지금쯤 고기를 잡았을까? 휙! 조금 걷다 또 휙! 자꾸 그 아저씨를 뒤돌아 본다. 그러나 끝내 움직이지 않았고 난 행렬 따라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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