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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5. 2023

또 혼자

바다에 혼자가 있더니 산에 또 혼자가 있다. 골프장 페워웨이 한가운데 홀로 우뚝 선 나무. 딱! 딱! 심하게 공에 맞아가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딱! 나무에 맞아 공이 툭 떨어질 때 온갖 플레이어들의 투정을 들으면서도 언제나 꿋꿋하다. 남편의 오랜 직장 동료 부부와 함께 공을 쳤다. 그 예리하던 샷은 어디로 가고. 딱! 나무에 맞고 떨어지는 친구의 공을 보며 남편이 말한다. 그러게. 세월이 그래. 친구가 허탈하게 말한다. 빵! 빵! 멋지게 치던 남편들이 나이 따라 실력이 줄고 있음을 인정하는 눈치다. 게다가 남편 친구는 바로 내일 눈 수술을 앞두고 있다. 백내장과 노안. 주변에 그 수술을 받고 천지개벽이랄까 눈이 확 트이는 신세계가 펼쳐지더라는 소릴 많이 들어서란다. 지금도 대충은 보이지만 흐릿하기에 공이 떨어지는 걸 끝까지 추적하는 그 묘미를 못 느끼겠단다. 수술 잘 받고 오세요. 그동안 사모님은 우리가 잘 끼워 넣어 함께 라운딩 하겠습니다~ 라며 수술 잘될 기원의 잔을 땡그랑 부딪혔다. 세월이 그렇게 간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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