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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17. 2019

오해

노인이라 피했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렇지? 걔는 아니야. 그래. 

오잉? 네 줄 서기 노란 표지가 선명한 곳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잘못 봤나? 분명 꽤 많이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맞다. 맞아 바로 그분들이 나누는 대화였다. 헉!  저 연세에 젊은이들처럼! 내 옆 라인에 서 계시는 어르신네들의 대화였던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어 살짝 훔쳐보기 시작하니 이 두 분 기막히게 멋쟁이들이시다. 많이 할아버지지만 이 더위에 양복을 아주 멋지게 차려입으셨고 나이 꽤 많으신 할머니도 원피스를 아주 곱게 차려입으셨다. 화장도 예쁘게 하시고 영락없는 데이트 중의 청춘남녀 모습이다. 다소곳한 할머니 하며 씩씩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할아버지 하며. 무더위에 양복과 정장 원피스지만 아주 질 좋은 감으로 세련되게  만들어진 옷이라 꽤 고급스럽다.


띵띵띵띵 전철이 도착한다. 오홋 빈자리가 보인다. 달려가  앉으려는 순간 보이는 임산부석.  앗 안되지. 그 바로 옆자리는 그렇고  옆 옆자리에 앉는다. 앗 그런데 내가 한참 관찰했던 그 멋지게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내 옆 빈자리로 오시는 게 아닌가. 퍼뜩 드는 생각. '아, 두 분이 함께 앉으시게 해야지.' 그래서 임산부석 남겨놓고  옆 옆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그 할아버지가 막 앉으시려는 찰나 발딱 일어나  한자리 더 옆에 앉는다. 임산부석 빼고 두 분이 나란히 앉아가시도록. 앗 그런데  할아버지는 내가 비켜준 자리로 옮길 생각을 안 하신다. 할머니는 살포시 임산부석에 앉으신다. 아, 그러니 어떤 모양새냐. 할아버지가 앉으시는 순간 나는 할아버지에게서 멀치감치 떨어져 앉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난 할머니와 나란히 임산부석 아닌 옆자리에 앉아가시도록 배려한 것인데 말이다.  


아 그때부터 나의 머리는 획획 돌아가기 시작으니 갈등에 갈등 에구. 두 분이 소곤소곤 대가 많으신데 굳이 끼어들어 '저~ 할머니, 임산부석 말고 그 옆으로 앉으세요.' 하까? 아니 그건 어째 꽤 오지랖 같지 않아? 임산부가 당장 있는 것도 아닌데 두 분이 저렇게 다정하게 시면 되지. 그래도 할아버지가 혹시 나이 든 노인이라고 내가 피한 걸로 느끼신다면 그건 또 꽤 큰 실례 아닐까. '두 분이 같이 앉으시라고 제가 옆자리로 간 거예요.' 라고 말하까?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전철을 타면 행여 젊은이들이 노인 냄새난다고 피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며 정성껏 향수를 뿌리고 다니셨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까 말이다.  그래도 저렇게 다정하게 아무 탈 없이 가시는데 웬 오지랖, 아, 갈등이다. 말하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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