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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20. 2019

명동 라루체 웨딩홀 버드 카페

1970년에 함께 배화여중을 다닌 친구들과

재혼 때는 20프로 할인해드립니다.


하하 이것저것 서비스라며 가져다주며 사장님은 우리에게 말한다. 내가 여기 홍보부장이거든. 회현 지하상가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연재는 사장님의 서비스를 기쁘게 받는다. 우와 이런 것도? 별 걸 다 서비스로 받으며 하하 푸하하하 우리는 즐겁다. 라루체 웨딩홀도 함께 운영한다며 홍보를 부탁한다는 사장님은 얼마나 재밌으신지 깔깔 푸하하하 우리는 배꼽을 쥐고 어쩔 줄 모른다. 그때 등장하는 맛있는 음식 짜잔~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50년 전인 1970년에 사직동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한 배화 여중을 다닌 친구들이다. 우리들 굵은 다리는 모두 학교 때문이야. 옥인 시장? 인가를 통해 높이높이 끝도 없이 올라가야 하는 학교에 다닐 때 오동통 굵어지는 다리를 보며 우리는 모두 학교 탓을 했다. 너무 높은 데 있어서 다리 예쁜 애들이 없다고. 그러던 여중생들이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 다시 모였다. 그렇게 모인지도 어느새 세월이 꽤 지나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너무 어릴 때이고, 여고 동창은 이미 성숙했을 때이고, 중학교는 그 중간으로 사춘기가 제일 심할 때라 특별한 느낌이 있다. 우리는 딱 12명으로 그 문을 꽝! 닫아버렸다. 우리끼리 서로 알아가기에도 남은 세월이 많지 않아. 그렇게 몇십 년 만에 만나 급속도로 친해진다. 동창이란 그런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우리는 그야말로 찐하게 데이트한다. 그 날만은 모두 아주 넉넉히 시간을 뽑아 온다. 대개 아침 11시 반에 만나 저녁까지 먹고 아주 밤늦게 헤어지니 그야말로 하루 웬종일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헤어질 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전화로 하자~ 라든가 밤을 새야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다니까. 다음엔 일박을 하자. 라든가 번개 하자. 번개 라든가 등의 말을 하며 그 하루 온종일 떠든 것도 모자라 아쉬워한다. 그럼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하하 헤어지는 순간 정말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전혀 불필요한, 있어도 없어도 뻔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게 분명하다. 똑 부러지게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무언가 더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오랜 시간 할 게 있지? 나의 남편만 그렇게 의아해하는 가 했는데 친구들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렇게 이상해한단다. 도대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무얼 이야기했다고 똑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으나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업무적이지도 않고, 학구적이지도 않고, 문학적이지도 않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한 달 만에 만나는 그것이 즐거워 기다리고 기다리다 만나게 되는 날은 전부들 무언가 선물을 준비한다. 누구는 원피스를 ( 하하 뭐 대단한 원피스가 아니라 그곳이 바로 남대문 시장이기에 집에서 편하게 입을 원피스를 많이 파는데 그중 예쁜 게 눈에 띄면 선물! 하고 전체 것을 마련하기도 하는 그런 거다.) 또 누구는 자기 아들 한의원에서 가져온 벌레 문데 바르는 약, 또 누구는 남편 회사에서 만든 에코백, 또 누구는 유명한 압구정 인절미에서 사 온 맛있는 흑임자 인절미를, 또 누구는 밥 값을, 또 누구는 디저트 값을... 그렇게 끝없이 서로 나누려 애쓰며 한 달에 한 번 주야장천 연재네 가게에 눌어붙어 앉아 수다를 떨고, 옷을 입어보고, 떡을 먹고, 반지도 껴보고, 목걸이도 해보고, 머리핀도 해보고, 슬리퍼도 신어보고, 예쁘면 사고, 서로 선물하고 그런다. 그렇게 연재네 가게에는 별거별거가 다 있다. 하하


사람 좋은 연재는 가게에 오는 손님들과 이야기하기를 즐겨, 오다가다 그 가게에 눌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 사고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 단골인 한 할머니께서 이 라루체 웨딩홀의 버디 카페를 소개하셨단다. 당신네 아파트에 사는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니 가보라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오게 되었고 사장님을 만나게 되는 날은 그렇게 있는 거 없는 거 많은 서비스를 받으며 즐거운 대화까지 깔깔 푸하하하 정신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곳 괜찮다. 우리처럼 눌러앉아 진득하게 이야기하고픈 친구들. 한쪽 구석 커다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맛난 것을 먹으며 끝없이 이야기한다. 푸짐하게 먹게 되는 야채샐러드며, 샌드위치며, 프렌치토스트 등의 가격이 각각 만원 조금 넘는 정도. 커다란 거 몇 접시 시켜 이렇게 저렇게 요것조것 나누어 먹는다. 맛있다. 하하



종교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는 안돼! 우리의 룰이다. 그래서 우리 친구들 중에는 불교도 있고, 기독교도 있고, 천주교도 있다. 종교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정치 이야기도 금물이다. 서로 선호하는 정치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까지 안 해도 우리에겐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안식년이 아니라 연구년이라며 바쁘다는 친구도, 족저근막염으로 걸으면 안 된다는 친구도, 당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는 친구도, 혈압이 높아 약을 먹는다는 친구도, 모두 모두 우리는 한 달에 하루 뚝 떼어 이 곳에서 노닥거린다. 그러면 연재는 이렇게 우리 수다 떨며 진창 눌러앉아있기 좋은 곳을 물색해두었다 선보이곤 한다. 원피스를 선물 받고는 모두 입고 온 딱딱한 옷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하하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서다. 원피스 인증숏~ 그렇게 연재네 가게 한쪽 구퉁이에 가려진 곳으로 하나씩 들어가 옷을 시원하게 갈아입는다. 완전 수다 떨기 노닥거리기 편한 복장. 하하. 구 두고 무엇이고 벗어던지고 선물 받은 원피스를 입은 채 시원하게 몇 시간을 수다 떠는 것이다. 이때 우리들은 배화 여중생이다. 우리끼리는 그렇다. 그리고 그게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지 그 또한 우리는 잘 안다.


옛날 내가 아주 젊을 때 벽제갈비에서다. 그곳에 식사가 끝나면 차를 마시는 둥근돌의자가 있는 정원이 있었는데, 그곳에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꽤 많이 앉으셔서 얘, 어쩜 너는 이렇게 여고시절 때와 꼭 같아? 하나도 안 변했어. 하며 깔깔 소녀처럼 웃어대고들 계셨다. 곁에서 내 친구랑 나는 속삭였다. 얘, 저 할머니들 너무 웃기지 않아? 모두 할머니들인데 여고시절과 하나도 안 변했대~ 아무리 여고 때 저런 모습이었겠어? 하하 너무 웃긴다. 그러면서 키득댔는데 지금 바로 역전. 우리가 그 할머니일 게다. 그때 그 말대로 우리가 지금 보는 친구는 정말 학창 시절 고대로이다. 그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제야 그 까마득한 옛날 할머니들의 즐거운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 세월이란 참.



그리고 등장하는 망고빙수. 겉은 생망고로 예쁘게 덮여있고, 안에는 우유얼음이 뽀슬뽀슬 가득하다. 팥도 넣고, 아이스크림도 넣어 먹는다. 아 시원해. 요런 거 호텔 가면 몇만 원 한다. 여기니까 만원대에 먹을 수 있어. 그래, 참 맛있다. 아, 좋다. 각자 숟가락을 들고 팍팍 퍼 먹으며 하하 우리는 즐겁다.



화장실에 가려 2층에 올라가 보니 예식장이다. 하하 사장님께서 홍보해달라며 재혼 때는 20% 해준다고 큰소리 빵빵 치시던 바로 그 예식장. 50%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래요~ 옆의 미리가 응대한 대로 이 곳이 50%까지 떨어질 리는 없으니 우리가 당분간 재혼할 일은 없겠다. 하하 푸하하하



오늘은 특별히 늦는다고 말씀드렸어. 나 늦게 가도 돼. 시어머니 수발드느라, 딸 대신 손주들 돌보느라, 미국까지 가서 자식들 챙겨주느라 등등의 바쁜 날들을 보내다 이 날 만큼은 벼르고 별러 아주 많은 시간을 가지고 등장한다. 그때 그 시절 배화 여중생으로 돌아가 중학교 때처럼 책상을 두들기며 깔깔대고 맘껏 수다를 떤다. 각자 다른 삶을 살다 다시 만난 친구들. 세월이 함께  흐르는 친구들. 배화여중 교복 속의 그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친구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과거 현재를 넘나들며 온갖 이야기를 해대면 우리는 또 새로운 한 달을 힘차게 살아낼 수 있다. 그렇게 밤늦게 우리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며 헤어진다. 안녕~  다음에 꼭 와~ 아프지 마~  끝도 없는 아쉬움의 인사말을 토해내며 우리는 씩씩하게 다시 저마다의 삶 속으로 돌진한다. 파이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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