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31 (221120 - 221207)
우아 우리 버스 딱 한 대뿐이어요. 20여 년 가이드 인생에 이 복잡한 주차장에 이런 경우 처음이라며 가이드는 정말 신기해한다. 미국은 지금 땡스기빙 휴가 중. 자이온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에 이어 그랜드 캐니언. 같은 듯 살짝살짝 다르다.
그랜드 캐니언 (Grand Canyon National Park)은 미국 애리조나 주 북서부 고원지대가 콜로라도 강에 침식되어 생긴 협곡이다. 규모가 크고 아름다우며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장소다. 콜로라도 강의 빠른 물살과 엄청난 물로 많은 진흙과 모래, 자갈 등을 운반했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빨리 협곡이 생겼다. 특히 고대 동·식물들의 화석이 풍부하게 남아 있어 고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장소다. 거의 최초 생물부터 아주 최근 땅늘보 화석까지 몽땅 이 협곡에서 나온다. 그래서 고생물학자나 지질학자들이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곳이다.
경비행기야 뉴질랜드에서 호주에서 많이 타봤는데 여기서까지야 모. 하면서 선택관광 대신 우린 자유시간을 택했다. 핑계는 그랬지만 실은 아빠 칠순여행이라고 경비를 몽땅 아들이 대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다. 아이맥스 영화나 볼까 했는데 극장이 공사 중이다. 점심 먹을 곳이 없다고 아침 일찍 가이드는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마련했다. 편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경비행기 타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거다. 얏호!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시간.
도시락을 먹고 남편과 산책길에 나선다. 어디로 갈까? 마침 청소하는 아저씨가 있다. 용감한 내가 물어본다. 우리는 여기서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다녀올만한 멋진 곳이 있을까요? 모 요렇게 물어봤더니 그분 음... 생각을 한참 하더니 길을 가리키며 시간 되는 만큼 걷다 돌아오라고 한다. 얏호. 둘이 손을 꼭 잡고 가리킨 길로 들어선다.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고 그 나무 따라 길이 쫙 나있는 기막힌 산책길이 등장한다. 아, 물어보길 잘했어. 감탄하며 자유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아무도 없던 이 길에 앗 앗 어디서 나타났을까? 갑자기 커다란 개가 펄쩍펄쩍 내게 달려드는 게 아닌가. 으악. 난 너무나 놀랐고 어찌하지 못한 채 꽝 얼어버렸다. 그 바로 뒤에 놀라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금발의 청년. 나보다 더 놀란 모습으로 개를 꽉 붙잡는다. 그리고 보니 조금 옆에 커다란 지프차가 세워져 있다. 개와 함께 산책 나왔나 보다. 너무나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하니 놀란 내가 도리어 미안해졌다.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