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데리러 오기로 한 아들이 회사일이 갑자기 바빠져 하루 더 있다 온다고 한다. 시간 많은 우리는 괜찮아 괜찮아. 좋아. 오빠네 집에서 뒹굴뒹굴 산책을 하면서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로 한다. 한창 개발 중인 오빠네 동네. 남편과 둘이 나와 무작정 걷는다. 어딘가 관광명소에 데려가려는 오빠와 새언니를 잠재우고 우리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없는 듯 오빠는 오빠일 새언니는 새언니일을 하시라 하고 우린 동네 구경에 나선다. 긴 산책길을 나서니 커다란 개와 함께 산책 중인 분을 만난다. 꼬리 치며 다가오는 개랑 주인에게 우리도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모두 동네 이웃일 테니까.
남편이 산길로 들어선다. 산 이래 봤자 민둥산? 하하 우리나라 산에 비하면 정말 멋대가리도 없다. 난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늦어진다. 그거 기다려주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달려가는 무심한 남편. 어느새 산등성이 꼭대기에 홀로 올라가 있다. 얏호~ 라도 외치려는가. 사람은 정말 없다. 운동시설이 있는 공원이 나온다. 멀리 동네가 다 보인다. 우아 한창 개발 중이네. 이렇게 집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구나. 그렇게 해서 분양하고. 심어놓은 나무들이 자라면서 번듯한 주택가가 되고.
오빠의 느긋한 일상을 보았다. 아니 느긋하지도 않다. 오빠의 서재에서 정말 바쁘다. 일 전화도 많고 서류 작업도 많다. 바쁜 오빠를 방해 않으려 우린 우리끼리 많이 산책한다. 한가한 대낮 무작정 길 따라 걷고 집을 구경한다. 산 같지 않은 산등성이로도 올라간다. 그러다 지치면 집으로 돌아와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이층 우리 방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점심으로는 새언니가 비빔국수를 맛있게 해 준다. 세상에 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데 가만있으라며 건들지도 못하게 한다. 설거지도 못하게 한다. 내참.
저녁땐 이태리 식당에 간다. 주문이랑 매우 복잡한데 세련되게 주문하는 오빠 모습을 구경한다. 점원이 수시로 와서 묻는데 영어를 좀 한다 생각했던 난 완전 쪼그라든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빠는 잘도 알아듣고 답한다. 이것저것 푸짐하게 시켜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우리 바로 옆자리에 대가족이 왔는데 아주 갓난아기도 있다. 한창 말썽 부리고 난리 칠 나이의 아이들도 점잖게 앉아 남에게 피해 주는 것 없이 식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하하 그리고는 마트에 가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을 고른다. 젊은 아가씨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마침 한국인이다. 한국에 선물로 무엇이 좋겠는가 물어보니 한국에 좋은 게 더 많지요 한다. 오홋 정말? 사실 꼭 사야 할 만한 게 없다. 다 우리나라에 있는 것들이고 우리나라 것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꼭 관광지를 다녀서가 아니라 이렇게 오빠의 일상을 공유하는 하루도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