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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07. 2023

식탁 위에 아무것도 놓지 않기!


난 선언했다. 식탁 위에 아무것도 놓지 않기! 남편은 금방 받아친다. 어떻게 항상 극과 극이냐. 내 약통은 올려둘게. 안돼. 무언가 단 하나라도 올라오는 순간 이 식탁 위는 다시 창고가 되어버릴 거야! 그 말이 무서워 남편도 겨우 수긍한다. 그래. 아무것도 놓지 않기. 무언가 하고 나면 했던 흔적 다 없애기. 밥 먹고 나면 즉시 치우고 책 읽었으면 책과 책꽂이 컵 쓰던 모든 거 없애기. 식탁 위엔 아무것도 놓지 않기! 푸하하하 우린 결심을 했고 다짐을 했다. 정말 우리도 깜짝 놀랐다. 우리 식탁 옆엔 커다란 장식장이 있었고 그 안도 모자라 이 식탁 위에까지 항상 무언가로 꽉꽉 차 있었다. 먹다 남은 물컵, 남편 약봉지. 먹다 남은 과자통 양념통 물휴지 빈 병 김통 등등. 그런데! 건조기와 김치냉장고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낑낑거리며 남편과 함께 장식장을 방으로 옮겼고 배달기사님을 맞이했는데 이렇게 안에 두면 여름에 건조기에서 열기도 나와 좋지 않다며 뒷베란다에 놓자 한다. 커다란 창문이 있어 생각도 못했는데 그것들 놓고도 위로 창문을 열 수 있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워둔 곳이 그대로 남게 되었다. 세상에. 너무 좋다. 모 하러 지금까지 그렇게 쌓아두고 살았을까? 밥도 TV 대신 책을 읽으며 식탁 위에서 먹고 둘이 책을 읽을 때도 이곳에서 한다. 비워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게 바로 미니멀라이프의 매력이야. 아, 그래. 우선은 식탁 하나였지만 이 멋진 걸 하나하나 옮겨가며 실천하리라. 아직은 너무 힘드니 쉬고 이제 방들 하나하나 옷장 하나하나 그렇게 멋진 공간으로 비워가자. 그래. 파이팅! 남편과 나는 너무 좋아 우리 집 하나하나 이렇게 비워갈 것임을 굳게 다짐했다. 물론 지금은 이곳에서 다른 방으로 몽땅 가있을 뿐 완벽한 비움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비움을 느껴봤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하하 그래. 급할 게 무어람. 이렇게 한 곳! 한 곳! 오케이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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