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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9. 2024

전철 안에서 나의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남자

앗 모지? 왜? 나? 아님 내 옆의 여자? 미동도 없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길 따라 나도 그게 어딘가 내 몸을 살핀다. 나의 오른쪽 옆구리 같기도 하고 내 옆의 여자 왼쪽 옆구리 같기도 하다. 내가 이상한가? 내 옆의 여자가 이상한가? 내 옆의 여자는 그냥 패딩 코트를 입고 잠에 곯아떨어져있을 뿐인데. 나의 오른쪽 옆구리엔 빨간 작은 가방이 매달려있다. 아, 이 작은 백이 내가 솔뱅에서 사 온 좀 보기 힘든 거라서 일까? 핸드폰만 쏙 들어가는 새빨간 나의 지갑 같은 작은 가방. 사람들이 보면 도대체 요렇게 실용적인 걸 어디서 샀느냐며 부러워들 했다. 남자도 이 가방을 부러워한다고? 내 가방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야? 다시 나의 가방을 그 남자 눈길 따라 바라본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만사 제치고 뚫어져라 볼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참으로 이상하다. 아니 아주 매력적인 가방이어도 그렇지 저렇게 대놓고 뚫어져라 보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던 그의 눈길이 이번엔 앗 나의 한가운데 그래 이번엔 확실히 나를 향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하네. 아, 그러나 당황하는 나와 상관없이 그는 미동도 없이 그냥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다. 그러면서 내가 내릴 곳이 되어 일어났다. 자리가 비었는데도 전철 안에 사람이 많은데도 그는 앉을 생각도 않는다. 내리면서 얼핏 보니 그의 핸드폰에 아주 작은 글씨가 한가득이다. 핸드폰을 들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분명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앗, 그런데 혹시 그는 단지 자기 핸드폰을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데 앞에 앉은 내가 그렇게 나를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걸까? 게다가 뚫어지게 바라보다가도 상대방이 느끼는 듯하면 눈을 돌리지 않나? 그러지도 않고 계속 뚫어져라 바라만 보던데 아, 무얼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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