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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16. 2024

땅에 파묻은 무를 캐고, 마늘에 비료를 줬다.


비가 올 것 같아 포기할까? 하다 비 올 때까지라도 해보자 하여 점심 먹고 모였다. 땅에 파묻은 무를 캐고, 마늘에 비료를 줬고, 자두나무 가지치기를 시원하게 했다. 정말 비가 오기 시작해 밭에서 철수하며 싸 온 커피만 한잔씩 했다. 헤어지기 전 농협에 가서 사과나무에 매달 무게 추를 20개 샀고, 가지치기 후 뿌리는 약을 샀고, 가지끼리 연결하는 끈을 샀다. 추를 사는 우리를 보고 사과나무를 키운다는 베테랑 아저씨가 그거 무어 그런 걸 사느냐며 생수병에 물 담아 늘어뜨리면 된 다한다. 사지 말까? 하다 그냥 20개 정도니 유튜브에서 하는 대로 해보려고 샀다. 그렇게 농협 구매과에서 이런저런 농사제품을 사며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같은 마을에서 농사짓는 분이었다. 앗, 그래요? 그쪽은 밭으로, 우리는 집으로 가야 했기에 급히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다음에 오면 연락해서 만나요~ 그쪽은 아예 집이 그 밭에 있다 했다. 바로 우리 땅 근처에서 우리처럼 사과나무를 키운다 하니 너무 좋아 우리 모든 걸 물어보면 되겠다 하는 내게 S는 언니~ 우리가 공부해야지 이것저것 물어보면 들 싫어해요~ 하며 무어 전화번호까지 주느냐 한다. 이웃을 알아두는 건 좋은 일이지~ 하며 내가 웃었다.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졌고, 우린 진짜 헤어졌다. 이제 자주 밭에 나가 일해야 한다. 땅에 거름을 주고, 잡초가 아예 발 붙이지 못하도록 부직포를 깔 것이다. 봄이 오는 건 좋은데 농부는 할 일이 많아진다. 아이고.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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