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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9. 2024

시간이 그냥 이렇게 흘러갈 수도 있는 거였다.

시간이 그냥 이렇게 흘러갈 수도 있는 거였다. KTX역에 가려고 새벽에 리무진을 탔는데 카톡으로 상당히 예쁜 옷이 왔다. 가입하면 어쩌고 저쩌고 유혹이 많다. 그런저런 걸 다 떠나 옷이 참 예쁘다. 바로 나의 스타일이다. 보기 시작하니 맘에 드는 옷이 꽤 나오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싸다. 그래서 체크무늬 바지도 사고 청으로 된 치마도 사고 모자도 샀다. 매우 싼 값에 두 개나 주는데 햇빛도 잘 가리겠고 참 예쁘다. 게다가 주름치마도 백화점에서 몇십만 원은 족히 주어야 할 것 같은데 단 돈 이만 원이다. 장바구니 담은 게 5벌이나 되는데 그거 다 합쳐도 십만 원 약간 넘을 정도다. 몇 번씩 그래. 이게 바로 내 스타일이지? 하면서 보고 또 보고 주문을 해놓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아! 안돼! 아니야! 요즘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옷 버리면서 입어도 안 보고 산다? 죄송해서 반품도 못할 거면서 벌컥 사겠다? 노노노 안돼. 제대로 입어보고 딱 맞는 것만 사자. 아니 그래도 참 예쁜 걸. 사자. 안돼. 보는 것과 다를 수 있어. 살까 말까 살까 말까 하다 결국 취소했다. 너무 싼데 사놓고 안 입으면 어떻게 하나. 확실하게 입을 옷만 사자. 싸다고 이것저것 사지말자. 그렇게 리무진 에서의 귀한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 너무 아깝다. 정작 하고픈 글 읽기를 전혀 못했다. 시간이 그냥 그렇게 흘러갈 수도 있는 거였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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