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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21. 2024

치매는 이리도 급격히 온단 말인가.

엄마가 아까부터 웃통을 벗고 머리띠까지 하시고 무언가 샤워를 할 태세다. 조금 전 한참을 샤워하시고 낑낑거리며 머리까지 구리쁘 말고 푸는 걸 다 하신 상태인데 말이다. 그럴 리가? 하면서도 혹시나 하여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왜 옷을 벗고 있어? 샤워하려는데 너무 귀찮아서 지금 망설이는 중이야. 엄마 샤워했잖아. 구리쁘도 예쁘게 말았었는걸! 그래? 내가? 바로 앞에 있는 동그란  화장 거울을 들어 머리를 자세히 보신다. 에이 무슨! 이건 구리쁘 만 머리가 아니야. 그걸 했으면 이것보다 훨씬 예쁘지! 아 정말 그게 기억 안 나 엄마? 화장실 가봐. 우리가 새로 산 주황색 목욕 의자 있어. 거기 앉아 샤워하며 아주 편하다고 좋아하셨잖아. 잘 기억해 봐. 그래? 화장실에 가보시더니 아, 그래. 저 주황색 의자에 앉은 건 생각이 난다. 구리쁘 마는 게 왜이리 힘드냐면서 엄마 구리쁘도 말았잖아. 그러게. 얼굴을 만져보니 촉촉한 게 세수 한 얼굴인데. 아, 어떡하냐.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주황색 의자에 앉았던 것만 살짝 기억날 뿐. 큰일이다. 그렇게 금방 하신 일도 까맣게 잊다니. 치매는 이리도 급격히 온단 말인가. 아.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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