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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22. 2024

나 때문에 그 간호사 많이 혼났을 것 같다.

엄마는 수술실인지 수술대기실인지로 들어갔다. 안과에서 간호사 안내에 따라가게 된 것이다. 모든 걸 내게 의존하는 엄마인데 거기선 더 들어갈 수 없다 한다. 엄마 혼자 과연 할 수 있을까? 도 의문이었지만 들어오지 말라니 그냥 엄마만 들여보내고 난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삐보삐보 타이머 소리가 요란하다. 맞다. 이곳으로 올라오기 전 짙은 색 옷을 입은 간호사가 내게 안약을 한 통 주며 단단히 주의를 줬었다. 수술 때까지 10분마다 정확히 오른쪽 눈에 넣으셔야 합니다. 넵 알겠습니다. 각오하고 왔는데 엄마만 혼자 들어가고 그래도 무슨 기별이 있겠거니 했는데 두 번 타이머가 올릴 때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아니! 10분마다 넣으라고 했는데 어쩌라고? 난 분명 안내하는 밝은 색 옷을 입은 간호사에게 물어봤었다. 이거 10분마다 넣으라고 했는데 저는 못 들어가면 어떡해요? 엄마 혼자서는 못 넣으시는데. 그때 그냥 가지고 있으라 했으니 난 무슨 연락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타이머가 두 번 올리기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수술은 다가오는데. 동공을 수축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난 당장 안과로 전화를 했다. 10분마다 넣으라 했는데 지금 20분이 넘도록 못 넣고 있다. 난 들어가지도 못했다. 약도 넣지 말라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요? 아니요. 여기 안내한 간호사님이요. 알았다고 연락 주겠다더니 다시 전화가 왔다. 수술대기실에 그걸 매 10분마다 넣어줄 간호사가 없으니 보호자가 와서 넣어주라 했다며 문이 열릴 테니 기다리란다. 잠시 후 문이 열려 들어가 보니 엄마가 수술복을 거꾸로 입은 채 날 보고 좋아하신다. 간호사가 환자님 옷 거꾸로 입었어요. 앞이 다 보이잖아요. 끈이 뒤로 가게 입으셔야죠. 아, 진작 좀 챙겨주시지 하는 말이 맘속으로 나왔다. 엄마 엄마. 우선 눈에 약부터 넣고! 옷을 바꿔 입혀드리고 잘 누우시게 하고 타이머 따라 10분마다 정확히 안약을 넣어드렸다. 아, 화장실도 모시고 다녀왔다. 그런데 난 행여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만약 우릴 안내한 간호사가 신입이라면? 그래서 몰라서 그랬다면? 그럼 윗분들한테 많이 혼나지 않을까? 아 내 앞가림도 바쁜데 수술 전에 제대로 안약을 못 넣을 뻔도 했는데 잘한 거야. 알아서 챙겨야지. 그래도 나 때문에 그 간호사 많이 혼났을 것 같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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