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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25. 2024

잽싸게 마음을 바꿨다.

새빨간 엄마 핸드폰 케이스를 보며 저걸 좀 정리해 드려야지 항상 생각했다. 오늘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밤에 머리를 감고 식탁 위에 커다란 거울을 놓고 하나하나 구립쁘를 말고 계시는 엄마 옆에서 이게 다 뭐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 핸드폰 케이스 카드 넣는 칸칸이 에 꼽혀있는 종이들을 뽑았다. 은행 비번. 미용실에 15만 원 더 낼 것이라는 메모. 집에 들어가는 현관문 비밀번호. 좋다는 화장품 이름등이 큼지막하게 적혀 카드 꼽는 자리마다 꼽혀있다. 심지어 냉면 드신 영수증까지. 꼭 필요해 보이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걸 다 빼버리고 핸드폰 케이스를 아주 깔끔하게 해 드렸는데 아뿔싸! 그렇게 네 맘대로 버리면 내가 중요한 걸 다 잊어버리잖아. 하면서 화를 내시는 게 아닌가. 아니 엄마. 거기 중요한 게 어딨어. 하나도 쓸만한 거 없구먼. 은행은 나랑 항상 가니 내가 비번 기억하고 서울에도 나랑 같이 가니 집 비번 굳이 적어 안 다녀도 되고 이런 영수증은 무슨 소용이 있다고... 하다가 나도 기분이 나빠져 알았어. 맘대로 다 꼽고 다니세요. 다시 그 종이들을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우쒸 정말 화가 났다. 저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해드렸는데 도리어 화를 내시다니! 흥! 아 그러나 당황하는 엄마. 게다가 여긴 우리 집인데 엄마가 어떡하라고. 아이고. 잽싸게 마음을 바꿨다. 내가 92세 엄마한테 화라니. 말도 안 돼. 그건 없었던 일인 양 엄마 여기가 시원하니 이리로 오세요~ 엄마~ 이 알로에 차가운 걸 얼굴에 바르세요~ 화제를 돌렸다. 엄마는 나와의 실랑이는 어느새 까맣게 잊고 얼굴 이뻐지는 화장품 바르니 좋아하신다. 하하 그래. 내게 전혀 쓸데없이 보여도 엄마에겐 중요할 수 있다. 정리한다고 함부로 버리지 말자. 파이팅! 



캬~ 대단하다. 바로바로 이런 것 때문에 한창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 선이 20일 선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할 뿐야요~'를 부르짖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수익이 나지 않자 그냥 감으로 하자고 돌아섰던 것이다. 신나게 빠지면 사고 신나게 오르면 팔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94만 원 벌어놓고 왕창 깨지고 있다. 무려 500만 원 넘게 단 며칠 만에 손실을 보고 있다. 하하 이런 건 매매도 아니다. 그래 일단 저질러야 대담하게 투자를 하는 건데 그렇다고 난 너무 무모했다. 그래도 난 이 와중에 내가 돈 빼놓은 게 어디 있지? 그것 먼저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버틴다고 했으니까 혹시라도 마진콜 당하면 돈 메꿀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 흐름 따라 대응은커녕 완전 역행이다.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매매. 그래도 할 수 없다. 버티기로 했으니 그래 난 버틴다. 바보. 



무려 580만 원의 손실이다. 그러니까 지수선물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것이다. 살아만 있으면 기회는 온다. 580만 원의 손실이 있듯이 그만큼의 수익도 있을 수 있는 거다. 현금 잘 모셔놓은 것 있다. 그걸로 채워가면서 버텨보련다. 이건 매우 무식한 매매라는 것도 잘 안다. 이렇게 해선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한 번 마냥 버티는 걸 해보련다. 하하~ 가 아니라 흑흑! 그래도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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