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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24. 2024

수제비 해 먹을까?

수제비 해 먹을까? 갑자기 92세 울 엄마는 수제비가 드시고 싶다 했고 이미 밤 9시가 되어가는데 '나의 아저씨' 마지막 회까지 방송을 신나게 보고 있던 우리는 이선균을 보며 저런 사람이 왜 죽어 매우 슬퍼졌다. 그래! 수제비! 울적한 마음에 수제비를 먹기로 했다. 난 대충 밀가루에 물을 부어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신속히 수제비반죽을 만들었는데 무척 질다. 밀가루 조금 남은 걸 탈탈 털어했기에 더 넣을 밀가루도 없다. 엄마한테 그대로 야단맞았다. 수제비는 탕탕 치대야 얇게 뜰 수 있고 맛이 있는데 이렇게 반죽이 질면 수제비도 아냐. 어떻게 반죽을 이모양으로 했냐. 시간이 없잖아 엄마. 빨리빨리 하려다 그리됐지. 나도 할 말은 있다. 아흑 그러나 그뿐이랴. 수제비에 넣을 감자를 열심히 깎고 있는데 아니 감자 껍질을 그렇게 굵게 긁어내는 게 어딨어. 아이 엄마 이게 감자칼인데 이보다 더 얇게는 안되지. 아니다. 세상에 껍질과 살 사이에 영양가가 제일 많은데 그건 아니다. 이리 내라. 내가 수저로 깎아줄게. 푸하하하 또 한방 팍! 여하튼 어찌어찌 감자 듬뿍 들어간 수제비는 완성됐고 한밤중에 엄마랑 나랑 남편이랑은 배가 터져라 수제비를 먹었다. 맛있다. 맛있네. 아 맛있다. 푸하하하 모두에게서 나오는 탄성. 반죽이 질어 두툼하니 폼은 없지만 맛있다. 하하 맛있으면 됐지 엄마!



그래. 떨어져라 떨어져. 내가 잘하는 건 버티는 거. 푸하하하 아니다. 이건 옳은 매매 방법이 아니다. 그래도 맘속으로 아무리 다져도 결국엔 물리고 물리면 버티는 거. 이거 제일 잘하더라. 그래서 차라리  돈을 모아두었다가 너무 떨어져 돈이 없을 때 새로 넣겠다는 생각으로 마냥 버텨보려 한다. 게다가 맘까지 편히 먹으려 한다. 그래선 안되는데 나를 보면 물려 버티는 걸 제일 잘하더라. 푸하하하 그러니 그 잘하는 버티기 해보련다. 


2,000만 원 원금에 1,748만 원 남았으니 무려 252만 원의 손실이다. 그래도 난 기 안 죽는다. 엣헴. 해보고 이 방법이 틀리다면 그때 다시 새롭게 하면 된다. 하하 버티기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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