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 다녀오세요~ 소리치려다 아차 한다. 우리 집은 19층. 내가 여기서 외치면 쩌렁쩌렁 온 동네가 시끄럽겠지? 푸훗. 마치 아이들 학교 보낼 때 창문으로 내다보며 ㅇㅇ야~ 잘 다녀와~ 소리치던 것처럼 엄마에게 할 뻔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모시러 와 엘리베이터에 태워드리고 후다닥 뒷베란다로 달려와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나오길 기다렸다. 드디어 저 아래 1층에 요양보호사 선생님 손을 꼭 잡고 엄마가 나온다. 하얀 봉고차에 몸을 싣기 직전 엄마~ 푸하하하 소리치려다 참는다. 엄마는 애가 아니다. 아이들 학교 보낼 때처럼 소리칠 수는 없지. 세월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우리가 엄마 품에서 그렇게 컸을 텐데 이젠 엄마가 우리들 품에 있는 격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주간 보호 센터에 가시며 엄마 세상은 그곳이 되어간다. 아침과 저녁 둥근 식탁에서 남편과 나와 함께 식사하며 엄마는 그곳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는다. 젊은 여자가 새로 왔는데 끝없이 무언가를 쓸고 닦아. 어머나 피곤하겠네. 내가 추임새를 넣는다. 그냥 편히 있으라 해도 여전히 손을 움직여. 그런데 그게 치매란다. 우아 그래 엄마? 또 한 여자는 매일 집에 가야 한다며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해. 선생님들이 그분 붙잡느라고 난리야. 해병대였다는 남자는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가 말만 하면 우리 모두가 깜짝 놀라. 98세 할머니는 욕을 너무 잘해. 내 생전에 그런 욕은 처음 들어본다. 그런데 식사 때 엄마 옆에 앉았길래 좀 챙겨드렸더니 엄마만 보면 씩 웃으며 참 좋아해. 엄마 잘했어. 엄마는 그 사람들보다 많이 괜찮으니까 도와주고 그러면 되겠다. 그래, 그 도망가는 분도 엄마 말은 잘 들어. 그래그래 엄마. 참 잘하는 거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