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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2. 2024

난 걷는 게 참 좋다.

그렇다. 난 걷는 게 참 좋다. 그래서 툭하면 걷는다. 남편은 이해를 못 한다. 이 무더위에 모임이 있으면 당연히 차를 가지고 가야지 왜 걷고 버스 타고 그리 힘들게 가느냐 한다. 그래도 난 운전보다는 걷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여자들만의 골프에는 운전을 한다. 그때 빼고는 꼭 운전을 안 해도 된다. 골목골목 오늘의 약속 장소는 어디로 갈까? 지도를 보며 연구한다. 실패도 한다. 그래도 좋다. 더우면 나무 아래 건물 아래 쉬어가면서 난 걷는다. 걷기에 얻을 수 있는 멋진 풍경들이 좋다. 맘대로 멈추어 찰칵찰칵 핸드폰에 담을 수 있다. 모임에 갈 땐 그렇게 룰루랄라 걸어간다 해도 끝나고는 꼭 엄마들이 차를 태워주겠다 한다. 이 땡볕에 무슨 걷는 거냐고. 난 사양한다. 아니 아니 난 걷는 게 좋아. 좀 시원하면 공원으로 가겠지만 오늘은 너무 덥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찬 바람 나오는 곳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쨍쨍 땡볕 무더위에 어린 학생도 짐이 많은 아주머니도 힘들어 보이는데 그냥 서있다. 타려는 버스가 곧 오나 보다. 역시 그들 옆에 서있던 할아버지가 내가 앉은 의자를 힐끔거리기만 하더니 드디어 결심했는가 다가와 벌렁 눕는다. 누운 할아버지의 머리끝에 내가 앉아있는 꼴이 되었다. 일어날까? 아니 아니 여기서 벌떡 일어나면 안 될 것 같다. 그래 그냥 있자. 아무 일 아닌 듯이. 피곤하면 누울 수도 있는 듯이. 하하 그러고 있는데 우리 집 가는 버스가 온다. 오마낫 기막히게 멋진 전기차다. 자연스레 일어나 버스를 탄다. 더위에 지친 듯한 할아버지는 계속 누워있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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