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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1. 2024

엄만 엄마 친구 난 내 친구

따르릉 아니 삐꼬삐꼬 헉. 이 특별한 신호는 원어민 전화영어다. 깜빡 잊고 수업취소를 안 했다. 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오늘 수업 준비 안 해 프리토킹하자니 어떤 내용할까 묻는다. 자신 있게 친구들 만남 하자 한다. 나는 지금 중학교 친구들과 만나고 있다. 1970년에 배화여중에 입학한 친구들이다. 5학년때 갑자기 중학교 입시가 사라지고 뺑뺑이가 되면서 지독하게 하던 과외도 모두 사라졌다. 얼마 전 엄마를 떠나보낸 친구가 밥을 산다. 식사 후 카페에 가니 우리가 몰려 앉으면 딱일 것 같은 아주 구석자리에 아가씨 세 명이 마무리 느낌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옆에 서서 기다리니 그 세 아가씨 다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서둘러 자리를 비켜준다. 미안해라. 그러나 정말 우리에게 딱인 자리다. 야 여기 우리 아지트해도 되겠다. 아무리 떠들어도 밖에는 하나도 안 들리겠어. 서로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두세 명이 함께 이야기해 시끄럽기 그지없다. 드디어 한 아이가 통제에 나선다. 조용히 한 명씩! 그래서 급기야 손들고 한 명씩 말하게 되었으니 그게 하도 우스워 또 깔깔 푸하하하. 한참 이야기 중에 우리 옆자리에 할머니 세 명이 자리를 잡는다. 우리의 10년 후가 저럴까 하고 있는데 그중 한 분이 우리에게 아이고 좋은데요. 실컷 이야기들 하세요. 우리도 동창이랍니다. 하시는데 우리는 아 그런데 왜 딱 세 명뿐일까가 궁금하다. 우리도 저 나이가 되면 여기저기 아파 그렇게 숫자가 줄어들까? 지금은 12명인데 건강 잘 챙겨 오래오래 만나자. 속삭이며 다짐한다. 한 달에 한 번 엄마를 모시고 와 엄마는 엄마 친구 난 내 친구들을 만난다. 남편은 오랜만에 홀로 자유라더니 그것도 잠시 식탁에서의 우리가 벌써 그립단다.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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