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떡하나 엄마 치매가 심해지고 있나? 한 달 만에 엄마랑 같이 기차 타고 엄마 집에 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엄마는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셨다. 바로 집 근처 냉면집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단다. 이제 모든 약속이 끝나고 오실 시간인데 엄마가 안 오신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우리 집 들어가는 현관문 비밀번호가 뭐냐?"
집 현관문 번호 누르는 소리가 안 들리기에 난 당연히 공동 현관문인 줄 알고 그 비밀번호를 알려드린다. 그렇게 하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실 시간인데도 현관문에선 아무 소리가 없다. 다시 엄마 전화.
"그 번호 맞냐. 아무리 눌러도 안되는데."
"아, 엄마. 그건 공동 현관문 비번이야. 지금 공동현관문 앞이지?"
"아니. 집 앞이야. 집 번호 다시 말해봐."
"아, 그건 0000 그러고 나서 샾 버튼."
이상하다. 우리 집 현관문 앞이라는데 톡톡톡톡 누르는 소리도 안 들리는데? 혹시 길을 잃고 어디 다른 집에서 누르고 계시는 걸까? 아무리. 엄마가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신데. 홀로 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다가 그래도 왜 두드리는 소리도 안 들리지? 아무래도 이상해 나는 문을 열어보았다. 아뿔싸. 엄마가 우리 앞집 현관문 앞에 서서 열심히 번호키를 누르고 계신다.
"엄마!"
"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여기가 우리 집이잖아."
"아 3호냐? 난 4호로 알았어."
20여 년 엄마와 가까이 지내던 그 바로 앞집은 그러나 얼마 전 이사를 가 그 집은 잘 모르는 상태인데 다행이다. 지금 집에 아무도 없는가 보다. 아무리 눌러도 아무 반응 없었던 거 보니. 만약 집에 누가 있었다면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아. 엄마도 걱정이 심하시다.
"내가 왜 거길 눌렀을까? 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게 당연히 우리 집인 줄 알았어. 아, 나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엄마 92세인데 이렇게 혼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그게 대단한 거지. 누구든 잠깐 깜빡할 수 있는 거야. 우리 엄마 파이팅!"
말로는 큰소리 빵빵 쳤지만 나 역시 살짝 불안한 건 사실이다. 엄마 치매가 심해지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