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두 개의 밭이 있다.
하나는 제법 넓은데
하나는 아주 작은 것.
하나는 농사일을 잘 아는
S동생 부부와 함께 하기에
제법 농장 같은데
하나는 농사일에 젬병인
남편과 나 둘이 하기에
아주 엉망이다.
젬병인 주제에
무척 게으르다.
그래서 그 작은 농장엔
일 년에 나는 딱 두 번
남편은 딱 세 번 갔다.
홀로 다녀온 남편이
감나무들을 너무 불쌍해했다.
덩굴 같은 잡초가 칭칭 동여매고 있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있다 했다.
들여다 안 본 게
너무 미안했다고.
그렇게 무심한 주인인데도
이번에 오빠 새언니 모두 함께
가보니 세상에
나무에 주렁주렁
감을 아주 많이 열려놓았다.
이런 부실한 주인에게
미안쿠로.
곶감을 만들기로 했다.
다이소에서 낚싯줄을 샀다.
감꽂이가 있다는데 물어보니
세 군데나 돌아다녔는데 없어서
할 수 없이 낚시줄을 사 왔다.
껍질 벗긴 감에 끼우려고 보니 아이고
얼마나 가는지 엄마는 자꾸
이게 왜 이리 가느냐.
이런 가는 낚싯줄은 처음 본다.
아이고 무슨 낚싯줄이 이렇게 가느냐.
좀 굵은 낚시줄을 사 왔어야지.
그래서 자세히 봉투를 보니
수예용이라고 적혀있다.
잘 못 사 왔나?
낚싯줄은 다 같은 줄 알았지.
감꼭지에 돌돌 말으려 하니
너무 가늘어서 말리다 말고
도로 풀리고 아이고.
내가 바늘로 해볼게.
낚싯줄을 바늘에 꿰어
감 밑에서 위로 빼내려는데
우아 그것도 쉽지 않다.
감을 대충 깎아놓고
고생하는 우릴 보고
오빠가 제안한다.
유튜브를 봐라.
그래서 유튜브를 보니
쉽게 하는 법마다에 등장하는
플라스틱 감꽂이.
다이소엔 없다.
챗봇에 물어보니
쇼핑몰에서 사란다.
그래서 쿠팡에 보니 있다.
한밤중에 시키니 오늘 새벽
도착해 있다.
낚싯줄로 그렇게나 힘들던 게
한 번에 콕콕 그대로 찔려서
대롱대롱 잘도 매달린다.
와우. 이렇게 쉬운걸.
누가 발명한 걸까?
엄마가 신기해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