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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23. 2024

여고 동창

M과 나는 여고 동창이다. 

그것도 아주 단짝. 


그런데 오늘 우리는 

여고동창들과 함께 모인다.

일주일 후 베트남에 가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M은

거기 합류하기 위해 오늘

새벽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리고도 아침 연습에 참여했다.


시차 극복은커녕 

아직 비몽사몽간이다.


아침 연습?


어느새 6년이 흘렀다. 

뉴욕에서 우리는 노래를 했었다.

여고시절 정신노래선교단을 했던 우리는

무려 40여 년 만에 다시 노래했다.


환갑선물로 뭐가 좋겠냐는

남편 질문에


친구들이 우리 집에 모두 묵는 거!


라고 답한 뉴저지 커다란 집에

살고 있는 동창 덕에

우리 십여 명은 그 애 집에 묵으며

연주를 했었다. 


그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엔 베트남이다.


베트남 후에에 있는 교회란다. 

거기 청년들과 함께 김밥도 말고 

베트남어로 노래도 하고

우리 연주도 한단다.

그리고 다낭과 호이안을 

관광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강남에 있는 스튜디오를 빌려서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빌딩 지하에

칠판이 있고 피아노가 있고

보면대가 있고 의자가 있고

방음시설이 되어있는 곳.


한 시간에 3만 원이다. 

모두 모여 연습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씩 해서 

나는 서울 오는 길에 연습에 참여했다.


그때 환갑에 뉴욕 갔던 친구들 중에 

한 명은 이미 하늘나라로 갔다. 

아파서 갔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나머지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작곡 전공으로 교수 한 애가 피아노를 치고

성악 전공으로 교수 한 애가 지휘를 한다.


여고시절 소프라노는 소프라노를

여고시절 메조는 메조를

여고시절 알토는 알토를 한다.


이제 베트남 갈 시간이 다가왔다. 

친구들은 맛있는 간식을 싸 온다.

우리는 11시부터 2시까지 맹훈련을 한다.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아줌마 근성 때문일까?

일부러 돈내서 빌린 곳

쉬는 시간 없이 맹훈련이다. 

 

힘들게 힘들게

모든 연습이 끝나면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날은 이래서 얘가 사고

저 날은 저래서 쟤가 사고

어느 날은 어때서 누가 사고

그렇게 우린 돌아가면서 밥을 산다. 


커피도 산다. 

카페에서 한없이 이야기한다.


M과 나는

매우 오랜만에 만났으므로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따로 이야기를 좀 할까 하고 

피곤해서 집에 얼른 가야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미리 나왔다. 


어디 가지?

그냥 강남 이곳을 걸어볼까?

쉰다 해놓고 여기서 들키면 안 되지.

그래. 일단 전철을 타자. 


고속버스터미널에 가면 멋진 카페가

있을 것 같으니 그쪽으로 가자.


그러나 M은 미국촌색시 난 울산촌색시.

너나 나나 이곳 어딜 그리 잘 안다고. 푸하하하 


전철을 타고 보니

나의 목적지까지 가는 3호선이다.

지금 시간을 보니 조금 있으면 

출퇴근 시간으로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M도 새벽에 비행기에서 내려

강행군을 하다 보니 영 기진맥진이다.


그래. 우리 곧 베트남 함께 가니까 

여기서 그냥 헤어지자.


아쉽지만 손을 흔들며

그녀는 전철에서 내렸다.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

우리도 나이가 들은 거다. 


(사진: 졸업앨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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