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Oct 27. 2024

3호선 주엽역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오전 9시 반 경

3호선 주엽역


모처럼 서울에 올라온

남편에게 자신 있게 공짜로

전철 타는 법을 알려주려 했다.


주민증을 사진 밑으로 가게

여기 올리는 거야.


자동차 면허증인데.


괜찮겠지.


앗. 그런데 인식 불가.


다시 해보자.


그래도 인식 불가.


앗. 왜 그럴까?


자신 있게 앞장서던 나는

당황하여 앗앗앗


다시 한번!

인식 불가!


안 되겠다.

대곡역에서 내려

행신역까지 가서 KTX를

타야 하는데 여기서 마냥

머무를 수는 없다.


그래. 직원 호출!


네~


느릿한 목소리.


저~ 자동차 면허증을 올렸는데

인식 불가라고만 나와요.


옆의 기계 해보세요~


네.


옆의 기계로 가서

자동차 면허증을 올린다.


아, 여전히 인식 불가!


다시 한번.


또 인식 불가!


시간은 흘러가고

안 되겠다.

다시 직원 호출!


네~


다급한 나의 마음과 달리

느긋한 바로 아까 전

그 직원 목소리.


저~ 옆의 기계 해도

인식 불가라 나오는데요.


그럼 돈 내고 사세요.


헉. 이게 뭔 소리?


그래도 어쩌랴.

시간도 없는데.

그냥 돈 내고 사자.


곁에서 남편도

그냥 돈 내고 사!


그러나 일반으로

돈을 내고

차표를 구매하려니


항상 서울 오면

경로 우대용만 누르며

500원 넣고 표 사던 나는


목적지가 어디냐

기본이냐

등등을 묻는데


행신역까지가

기본일까 하다


아니.

경의선 포함이니

기본이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가까운데?


어떤 표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

으앙 영 모르겠다.


아. 이건 아니지 않은가.


남편은 그냥 돈 주고 사라며

다그치지만 이런 데서

물러설 내가 아니지.


다시 직원 호출!


아니 자동차 면허증도 있는데

그걸 기계가 인식 못하는 건데

왜 돈을 내고 사야 하지요?


직원이 와서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돈 내고 사려 해도

무얼 어떻게 사야 하는지

잘 모르겠으니

와서 좀 도와주세요.


했더니

정말 너무나 마지못하게


하더니.


아이고 열차시간은

다되어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아무리?


열차 시간에 못 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내겐


단 몇 분도

아무리다.


누가 직원일까?


이쪽으로 오는 듯한

사람만 보이면 

고개를 쭈욱 빼고

저 사람일까?


드디어 하얀

제복 같은 와이셔츠

입은 남자 등장.


날씬하고  남자가

천천히 정말 천천히

반대쪽 끝에서

걸어오고 있다.


아, 열차 시간 다되어 가는데.


난 이런데 왜 목숨을 거는 걸까.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했는데.


그러나 어쩐지

직원은 그래선 안될 것 같다.


직원호출에

그렇게 대응하다니?

직원이라면!


멀리에서

너무나 천천히 오고 있는

그를 보며


양팔을

커다랗게 둥글게 모았다

아래로 확 내리며


좀 빨리 와달라는

손짓을 한다.


그래도 끝까지

천천히 걸어온 그는

면허증을 달라하더니

내가 한 고대로


경로 우대용을 누르고

면허증을 놓는다.


하지만

여전히 인식 불가.


천천히 천천히

그 행동을 하는데

난 다급해 말을 한다.


저, 우리 이 전철 못 타면

열차 놓쳐요.

좀 서둘러 주세요.


그래도 아무 반응 없이

내가 한 고대로


그 옆의 기계에 대고

경로 우대용 누르고

면허증 놓는다.


그러나

여전히 인식 불가!


둘 다 인식 불가네요.


아이고 말해 뭐 해.

지금껏 내가 한 건데.

내 속이 부글부글.


그제야

무슨 사원번호

누르고 하는데


그것도 몇 번을 몇 번을

오류를 낸다.


그런 게 왜 오류가 나지?

혹시 일부러?


정말 마지못해 하는 듯한

직원 행동에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나 아이고  아무리!


저... 열차 놓치겠는데요.

나의 재촉에 겨우겨우 성공인가

보증금 넣으라는 화면이 뜬다.


내가 잽싸게 500원을 넣는다.

드디어 일회용 경로우대권이

톡 떨어진다.


그걸 들고 전철 타러

튀어가려는데


남편은

고맙습니다.

인사를 한다.


흥! 인사는 무슨!

저런 직원이 어디 있어.

너무 한 거 아냐!


난 속이 부글부글

인사도 없이 홱!

전철로 향한다.


헐레벌떡

정말 가까스로

뛰고 또 뛰고


방에 낭에

트렁크에

많고도  많은 짐을


어깨에 둘러메고

등에 지고

손으로 끌면서


대곡역에서 내려

경의선 갈아타기까지

정신없이 달려라 달려


엘리베이터?

늦어서 안돼.


그 많은 계단들을

영차 영차


헉헉

아이고 힘들어


그래도 아슬아슬

출발 3분 전에

KTX에 올라탄다.


~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사진: 시애틀의 H)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들에 취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