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 대학동창 모임에
다녀오면
그 참석 기를 쓴다.
꽤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모두가 내 글을 기다린다 하고
작가님 작가님 한다.
광릉 국립수목원에서도 그랬다.
내가 막 사진을 찍는데
햇빛 조명을 위해
찰칵찰칵
옆으로 돌면서 찍으니
우아 많이 찍어보셨나 봐요~
숲해설가님이 감탄한다.
그러자 우리 팀 분들이 일제히 외친다.
우리 작가님이십니다~
하하
그래서 나는 지금 그 많은
사진을 정리하고 참석 기를
쓰느라 바쁘다.
그러다 갈등에 빠진다.
사실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함께 했던 꽤 건강한 분이
우리 모임 바로 며칠 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꽤 젊어 보이고
꽤 건강하다고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췌장염이 췌장암이 되었는데
그런 거 알리는 거 싫다고
그냥 모임을 빠지면서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안 한 거였다.
그러니까 우리에겐
너무나 급작스런 부고였다.
회의 때 회장은 이야기했다.
우리 동기 중 3명이
금년에 이 세상을 떠났다고.
50명 정원에 지금까지
총 6명이 떠났다고.
왜 우리 모임 때만 그럴까?
봄 모임 때 한 분이 돌아가셨고
이번 모임 때 또 한 분이 돌아가신 거다.
당연히 그 놀라운 소식을
참석기에 적어야 할 수도 있겠으나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죽음이야기는
꽤 슬프기 때문이다.
소식은 어차피 공고형식으로
모두에게 전달되었으니
또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봄 여행 때는
여행 중 모두가 모여있을 때
부고 소식을 들었기에
너무 충격이었다.
그래서 봄 모임 참석기엔
그 이야기가 있다.
아, 그런데 이번엔
죽음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그게 형평성에 문제가 될까?
왜 봄에 돌아가신 분은
이야기하고
이번에 돌아가신 분은
이야기 안 하냐면
어쩌지?
그래도 그런 슬픈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