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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28. 2024

죽음 이야기

나는 

남편 대학동창 모임에 

다녀오면 

그 참석 기를 쓴다.


꽤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모두가 내 글을 기다린다 하고

작가님 작가님 한다.


광릉 국립수목원에서도 그랬다.

내가 막 사진을 찍는데

햇빛 조명을 위해 

찰칵찰칵 

옆으로 돌면서 찍으니


우아 많이 찍어보셨나 봐요~


숲해설가님이 감탄한다.

그러자 우리 팀 분들이 일제히 외친다.


우리 작가님이십니다~


하하 

그래서 나는 지금 그 많은

사진을 정리하고 참석 기를 

쓰느라 바쁘다. 


그러다 갈등에 빠진다. 

사실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함께 했던 꽤 건강한 분이

우리 모임 바로 며칠 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꽤 젊어 보이고

꽤 건강하다고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췌장염이 췌장암이 되었는데

그런 거 알리는 거 싫다고

그냥 모임을 빠지면서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안 한 거였다.


그러니까 우리에겐

너무나 급작스런 부고였다.


회의 때 회장은 이야기했다.

우리 동기 중 3명이 

금년에 이 세상을 떠났다고.


50명 정원에 지금까지

총 6명이 떠났다고. 


왜 우리 모임 때만 그럴까?

봄 모임 때 한 분이 돌아가셨고

이번 모임 때 또 한 분이 돌아가신 거다.


당연히 그 놀라운 소식을

참석기에 적어야 할 수도 있겠으나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죽음이야기는

꽤 슬프기 때문이다. 


소식은 어차피 공고형식으로

모두에게 전달되었으니

또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봄 여행 때는

여행 중 모두가 모여있을 때

부고 소식을 들었기에

너무 충격이었다.


그래서 봄 모임 참석기엔 

그 이야기가 있다.


아, 그런데 이번엔 

죽음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그게 형평성에 문제가 될까?


왜 봄에 돌아가신 분은 

이야기하고


이번에 돌아가신 분은 

이야기 안 하냐면 

어쩌지?


그래도 그런 슬픈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 시애틀의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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