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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31. 2024

전기 아껴라!

아 미치겠다.

위대한 발견 운운하며

감꽂이를 사다

주렁주렁 내 딴엔

멋있게 곶감을 만든다고

달아놓았는데


엄마가 그걸 오늘 다 

빼놓으셨다. 


이런 걸 돈 주고 샀겠지?

하면서 감꽂이를 다 뽑아 놓으셨다.


아니, 엄마 왜?


이런 걸로는 곶감이 안돼.

손으로 만져주면서 말려야지.

거긴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 않냐.


잘 매달린 채로 만지면 되는데.


안돼. 만질 수가 없어.


게다가 엉엉 

또 큰소리를 들었으니


이거 얼마나 된다고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비싼 전기를 쓰냐?

선풍기 당장 꺼라.


하면서 선풍기 코드를

아예 뽑아놓으셨다.


지금까지 틈나는 대로

선풍기를 정성껏 쐬어

곶감이 꽤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생각엔 

그거 아닌가 보다. 


하이고 어쩌자고 저걸

몽땅 뽑아놓으셨을까.


소쿠리에 말리다간

곰팡이 필텐데.

아이고 어쩌나.


엄마! 그걸 왜 빼놓아요!


소리치고 싶지만 

아, 그럴 수는 없지 아니한가.

엉엉.


최대한 표정을 감추고


엄마~

이 곶감은 엄마가 책임지고

맛있게 만들어주셔야 해요~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조몰락조몰락

곶감을 하나하나 만져서 

넓게 펴시며


그래 내가 아주 맛있게 만들어줄게.

쓸데없는 거 앞으로 사지 말고

선풍기 전기 아껴라.


아이고 오 오오


(사진: 시애틀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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