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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01. 2024

집 앞 핸드폰 가게

삼성 갤럭시 S24 울트라를

파리에 사는 아들이  

사전예약으로 사줄 때 

난 핸드폰 커버도 함께 샀다.


7만 원인가 8만 원인가 

꽤 비쌌던 걸로 안다.


손잡이가 있는 

짙은 보랏빛으로 

그 손잡이가 

지지대도 된다. 


잘 쓰고 있었는데

그 손잡이가 

좀 늘어나는 듯싶더니


어느 날 툭!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둥근 손잡이가

너덜너덜 직선의 끈이 

되어버린 것이다.


순간접착제로 붙여버려?


남편이 예쁘게 붙여주었다.

그러나 그건 정말 힘이 안 가는지

조금 쓰다 또 툭!

떨어져 버렸다.


하마터면 핸드폰 채 떨어져

액정이 파손되거나

아예 폰이 파괴될 뻔했다. 


이건 아니구나.

새로 사야겠네.


해서 쿠팡을 뒤져보니 세상에


칠팔만 원씩 하는 케이스는 없다.

비싸야 4만 원 5만 원


대개는 일이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음... 손잡이 떨어진 이거

비싼 거니 AS 될까?

아니야. 소모품이니 안될 거야.

아니 될지도 몰라. 물어나 보자.


어디로 가야 하나?

삼성 대리점?

삼성 AS센터?


아, 얼마 안 하니 그냥

쿠팡에서 사자.


그러나 종류도 많고

어떤 게 좋을지

보지도 않고는 힘들 것 같아

아무거나 덜컥 사지 않았다.


오늘 원어민 

영어수업이 있어

백화점에 가니


시내에 꽤 많은 

핸드폰 케이스 파는 데서 

직접 골라봐야겠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자

비도 추적추적 오고

짐도 많고

빨리 집으로 왔다.


그냥 쿠팡에서 사지 뭐.


버스에서 내리는데

바로 정류장 코앞에 

핸드폰 가게가 있다. 


얼마 전 오픈한 곳인데 

사장 이름을 걸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곳이다.


핸드폰 케이스 

비싸면 사지 말아야지.

인터넷에서 본 거 

어떤 건가 확인만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어떤 아저씨가 상담 중이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사장님이 

내게 시선을 돌린다. 


핸드폰을 보여드리자

너덜너덜 떨어진 케이스를 

떼어내더니


하나 주문해 주겠단다.

그것도 공짜로.


아니, 어떻게 공짜로요?


있으면 지금 당장 줄텐데 

내 거에 맞는 케이스가 없어서 

주문한다며 월요일에 오란다.


그러면서 나의 핸드폰을 보는데


필름도 안 붙이셨네요.

우아 흠집이 너무 많아요.


하면서 아주 깨끗이 닦아주더니

필름까지 정성껏 붙여준다.


아니 어마나

아니 어떻게


난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월요일 오후에 오라면서 

투명 케이스에 나의 핸드폰을 

넣어준다.


아니 이것도 공짜로요?

환하게 웃으며 그렇단다.


아니... 아니.. 어떻게?

옛날 폰도 가지고 오란다.


내 앞에 상담 중이던 아저씨

나를 보며 가족에게 통화한다.


핸드폰 사는 것도 아닌데

케이스 다 갈아준다.


어서 와서 

케이스 새로 받으라 

권유한다. 하하 아이고. 


아니 왜?

이렇게 공짜로 해주는 

이유가 뭘까?


어쨌든 고맙다 인사하고

집에 있는 낡은 전화기 

다 가져오겠다며 

가게를 나섰다. 


동네에 이렇게 친절하고

좋은 곳이 있는데

괜히 시내에서 헤맬 뻔했다.

하하 비가 오길 잘했다. 

속으로 단단히 다짐한다.


앞으로 핸드폰에 관한 한 

몽땅 이 집이야!


(사진: 시애틀의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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