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용한 뱃놀이였으면

by 꽃뜰

아, 드디어 영화에서나 보던

이런 곳을 작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떠나는구나.


처음엔 설렘 가득이었다.

물론 입장하는 곳에서부터

노란 유니폼을 입은 청년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를 불러 젖히며

일제히 춤을 출 때

무언가 운치 있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겠다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숲이 우거진

한적한 호숫가를

둥근 보트를 노 저어 갈 때

얼마나 설레었겠는가.


하하 그러나 정말 얼마 안 가

아주 커다란 강이 나오고

거기 한가득 그런 배들이 있고


사방에서 춤을 추거나

보트를 힘차게 돌리며


내 나이가 어때서~


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팁을 주고 있다.


두 명씩 탄 작은 보트들이

강 중간중간에 있는


노래하며 춤추는 사람

보트 잘 돌리는 사람 앞으로

집결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장기자랑 하듯 크게

노래 부르며 춤을 췄고


곡예하듯 크게

보트를 앞뒤로 돌렸다.


보트 안에서 그걸 구경한 우리는

팁을 낼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운전자들은


노 끝에 돈을 붙여

우리들의 팁을


직접

노래하며 춤추는 사람에게

그리고 보트 돌리는 사람에게

전했다.


팁 달라는

열심히 하는 행위에


아무리 가이드가

여행사에서 이미 지불했으니

팁을 안 줘도 된다 했던들


어찌 천 원씩의 팁을

안 줄 수가 있을 까.


집결해 있는 보트들이

여기 도 천 원

저기도 천 원


노 젓는 자가

길게 뻗은 노 끝에 붙여

노래하며 춤추는 자에게

보트 젓는 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그들은

감사의 뜻으로


더욱더 열광적으로

노래 부르며 춤추고

보트를 위아래로 돌린다.


그러면서

그 넓은 강전체가

그 많은 보트들이

그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

요란법석이 된다


역시 들려오는 소리는

거의 우리나라 말.


경기도 다낭시

경기도 호이안시란다. 하하


땡볕에 너무 시끄러운

보트나들이였다.


조용하고 운치 있는

뱃놀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꽃 뜰)



keyword
꽃뜰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