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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뜰
Nov 23. 2024
목욕탕 가는 날~
엄마~ 오늘은 토요일
목욕탕 가는 날~
엄마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그대로 가요~
엄마 손을 꼭 잡고
미리 준비해 둔
목욕통을 들고 출발.
첫날 없어서 당황했던 걸
모두 챙겼다.
비누를 챙겼고
수건을 챙겼고
샴푸 린스를 챙겼고
샤워타월을 챙겼고
머리빗도 챙겼고
그리고
영양크림만 챙겼다.
와이 영양크림만?
스킨과 로션은 있었다.
그걸 바르고 영양크림만
그 위에 바르려고. 하하
어떨까 싶어 첫날은 그냥
그 날치 티켓만 끊었는데
엄마가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싼 쪽으로. 하하
매일 오는 건 싼 게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건
티켓을 사는 것 밖에
별 방법이 없다 한다.
다만 10장을 한꺼번에
사면 한 장을 더 준단다.
그래서 10장을 한꺼번에 샀다.
한 장에 8,000원인데
10장을 끊으니 8만 원을 냈고
1장을 더 받았다.
그러니까 11장을
8만 원에 산 거다.
이제 매주 토요일은
목욕탕 가는 날이다.
벌써 나와요?
나를 잘 아는
여탕 관리인 아주머니가
깜짝 놀란다.
네. 엄마 피곤하실까 봐요.
엄마도 나도
목욕탕 안에서 그리
짧게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달라졌다.
엄마도 나도 때를
밀지 않는다.
그냥 샤워만 하는 거다.
그리고 뜨끈뜨끈 탕 속에
들어가 있다가
나와 헹구면 끝이다.
그거만 해도 얼마나 시원하고
개운한지 모른다.
92세 울 엄마가
피곤하지 않도록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곳은 내가 어릴 때
엄마 따라가던 옛날 목욕탕과
매우 비슷하다.
라카가 있고
커다란 거울이 있고
드라이기가 있는 곳엔
온갖 옷이 걸려있고
깻잎 조림이나 찌개 같은
반찬도 있고
뻥투기 강냉이도 있다.
출출할 때 저 옥수수 강냉이!
맛있어요?
사람들이 맛있다며 많이 사간단다.
커다란 거 한 봉에 5,000원이다.
엄마 우리 집에 가서
저 강냉이 먹을까?
그래 맛있겠다.
커다란 강냉이를 샀다.
남편은 오늘 저녁을 먹고 온다.
엄마랑 나 둘 뿐이다.
무얼 먹을까?
우린 문득 컵라면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래 엄마.
재밌는 드라마 보면서
컵라면 먹고 강냉이 먹읍시다~
컵라면에 강냉이를 먹었더니
속은 좋지 않다.
그런데 분위기는 최고였다.
파일럿을 보면서 먹는데
하하 너무 재밌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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