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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부슬부슬 오는데

by 꽃뜰

비도 부슬부슬 오는데

연습장 갈까?


좋아.


남편과 나는 훌쩍 나가 연습장에 갔는데

하도 오래만이라 타석에 가고 보니

골프화를 안 신고 왔다.


그래서 그냥 운동화를 신고하니

쭉쭉 미끄러지는 듯 힘을 줄 수가 없다.

아이 불편해. 준비성 하고는. 내참.


내 주변엔 공을

아주 잘 치는 엄마들이 많다.


그중에 특히 예쁜 폼과

장타를 자랑하는 엄마가 있는데

연습장 안 간다는 나의 말에

깜짝 놀라며


어떻게 샷을 다듬지 않을 수 있어?


그녀 말에 도리어 내가 깜짝 놀란다.

아니 저렇게 잘 치면서 연습장엘 간다고?

그것도 일주일에 두 번은 꼭?


하. 그러니 난 얼마나

날로 먹으려 했던 걸까.


연습장은커녕

골프 TV도 안 본다.


그저 약속이 생기면

룰루랄라 골프장 가서


저 예쁜 하늘 좀 봐.

자신감으로 휙휙

자신감이 최고야!


스코어 상관없이

룰루랄라 즐겁게 즐겁게.


반성해야 한다.

그래서 남편을 설득해

일주에 한두 번은 꼭!

연습장에 가기로 했다.


오늘 그 첫날이다.

무조건 휙휙 휘둘렀다.

자신감으로 휙휙.


재밌다.

재밌는 게 최고다.

역시 남편은 수시로 내게 오며

체계적으로 연습해라.

드라이버만 그렇게 쳐대는 거 아니다.

아이언부터 차근히 해.

잔소리를 퍼붓고 간다.


그러나 난

드라이버 빵빵 치는 게

정말 재밌다.


에잇 폼 몰라

정석 몰라.

힘 빼고 신나게.


연습이 될까?

모르겠다.

내가 좋고 신나면 끝.


푸하하하 그렇게

남편의 바람과는 달리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신나게 휘두르다 왔다.

아 재밌어. 하하


남편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렴 어때. 푸하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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