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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2. 2019

은퇴한 남편과 오락게임

커피 타 오기 쌀 담그기 청소기 돌리기

 <2015년 12월 14일>


난 게임 그런 거 참 싫어한다 
정말 시간낭비 같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지?
차라리 운동을 하지?


그런데 남편은 게임을
참 좋아한다

애들 어릴 땐 슈퍼마리오에
애들보다 더 빠져들더니

애들이 커가면서 삼국지 수호지
그것들로 공부해야 할 애들과 진을 치고

밤을 꼴딱 새우기까지 하니 내참


세월이 흘러 흘러

파리로 밴쿠버로 그 애들은

자기 직장 찾아 멀리멀리 떠나고


홀로 남은 그는 요즘

스파이더 카드게임을 즐긴다 

차르르륵 카드 넘어가는
소리도 재밌고

또 대학시절 강촌으로
엠티 갈 때

3등 3등 완행열차

느릿느릿 그 열차 안에서 


선배 형 가방 위에
하얀 카드 쫘악 펼쳐놓고   


살짝살짝 스치는

손길에 가슴 설레며

  

깔깔 푸하하하 

얼마나 재밌었던가


그 카드 게임에 대한 향수도 있고
하여 슬쩍슬쩍 힐끔거리니

해 볼래?

적극 꼬시더니 급기야

곁에 있는 내 컴퓨터로 와 

그 게임을 열어주고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준다 

그래서 정말 시간낭비 같고
절대 이런 거 안 하던 나

시작한다
오홋 그런데 이거
너무 재밌다


될 듯 될 듯 될 듯
안되면서 승부욕을
자극하는데


거기다 먼저 이기는 사람

커피 타 오기
모 요런 내기까지 걸고


나는 한 가지 그림으로
그는 네 가지 그림으로
핸디까지 잡아주니 하하


쌀 담그기
청소기 돌리기

빨래 걷기

사과 깎아 오기

점차 그 범위는 확대되어가고

하하 너무 재밌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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