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남편과 오락게임
커피 타 오기 쌀 담그기 청소기 돌리기
<2015년 12월 14일>
난 게임 그런 거 참 싫어한다
정말 시간낭비 같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지?
차라리 운동을 하지?
그런데 남편은 게임을
참 좋아한다
애들 어릴 땐 슈퍼마리오에
애들보다 더 빠져들더니
애들이 커가면서 삼국지 수호지
그것들로 공부해야 할 애들과 진을 치고
밤을 꼴딱 새우기까지 하니 내참
세월이 흘러 흘러
파리로 밴쿠버로 그 애들은
자기 직장 찾아 멀리멀리 떠나고
홀로 남은 그는 요즘
스파이더 카드게임을 즐긴다
차르르륵 카드 넘어가는
소리도 재밌고
또 대학시절 강촌으로
엠티 갈 때
3등 3등 완행열차
느릿느릿 그 열차 안에서
선배 형 가방 위에
하얀 카드 쫘악 펼쳐놓고
살짝살짝 스치는
손길에 가슴 설레며
깔깔 푸하하하
얼마나 재밌었던가
그 카드 게임에 대한 향수도 있고
하여 슬쩍슬쩍 힐끔거리니
해 볼래?
적극 꼬시더니 급기야
곁에 있는 내 컴퓨터로 와
그 게임을 열어주고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준다
그래서 정말 시간낭비 같고
절대 이런 거 안 하던 나
시작한다
오홋 그런데 이거
너무 재밌다
될 듯 될 듯 될 듯
안되면서 승부욕을
자극하는데
거기다 먼저 이기는 사람
커피 타 오기
모 요런 내기까지 걸고
나는 한 가지 그림으로
그는 네 가지 그림으로
핸디까지 잡아주니 하하
쌀 담그기
청소기 돌리기
빨래 걷기
사과 깎아 오기
점차 그 범위는 확대되어가고
하하 너무 재밌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