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 서울행
KTX를 타고 간 내게
엄마가 하는 말
김용 불고기 먹자!
옛날 어릴 때 방학하는 날
아빠가 한 턱 쏘던 명동 한일관
높이 솟은 구멍 뽕뽕 놋 철판에
지글지글 불고기 그리고 냉면
돌아가신 아빠를
추억하며
그 옛날 어릴 때를
회상하며
그때와 꼭 같은
불고기를 먹는다.
대거 몰려드는
잘 차려입은
멋쟁이 할아버지들
여긴 이렇게 할아버지들 많이 와
네 아빠 생각나게
밖으로 나오니
무시무시 땡볕
은행 급하지 않아
코스트코 가자.
두루두루 은행일 보자던
스케줄 접고
냉면집 코앞에 있는
코스트코로.
이런 게 있네
이런 것도 있어
그러나 무거우니
똑 떨어졌다는 크린싱 오일과
싱싱한 체리만 사들고 밖으로
무시무시한 땡볕이
여전히 쨍쨍
순박한 아저씨가 다가와
커다란 봉투 두 개를 들이밀며
바로 코앞 모델하우스 구경만 해달란다.
땡볕이 무시무시도ᆢ 하고
아저씨도 너무 착해 보여
저러다 언제 돈 버나 싶어 동행
함께 모델하우스 들어가
너무도 예쁜 최신형 아파트를
구경하고 냉커피도 대접받는다.
모델 하우스 나오니
여전히 땡볕
택시 탈까?
전철 탈까?
버스 탈까?
전철 오르락내리락
다리 아프다. 버스 타자.
급하지도 않은데 웬 택시!
집 앞에 버스 내려
똑 떨어졌다는 우유 사고
엄마랑 손 꼭 잡고 룰루랄라~
은행 가기 점점 싫어진다는 엄마.
삼십만 원이 오만 원짜리로 몇 장인가가
매우 어려워 보이는 엄마.
그걸 굳이 숨기려는 엄마.
엄마, 나 있을 때 현금 찾지?
모른 척 현금 인출기
진행과정을 지켜보는데
캬~ 다행
멘트가 뜬다.
선명하게 보이는 6
오만 원짜리로 찾으면
어쩌고저쩌고 최대 6
엄마 이거 보이지?
여기 나오는 숫자 그대로
6만 누르면 돼.
여기 뜨는 숫자를 봐!
다행이다.
그런데 그도 잠깐.
카드 빼고 명세서 빼고
그냥 나오시려.
엄마, 돈! 돈 빼야지.
아차 깜빡했다.
아, 혼자 사는 엄마
걱정이다.
무사태평 우리 엄마
기진맥진 집에 와
침대에 쫙 뻗으며
아, 우리 딸과 찐하게
데이트 한번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