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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2. 2019

87세 엄마랑

손 꼭 잡고 룰루랄라




울산발 서울행  

KTX를 타고 간 내게

엄마가 하는 말


김용 불고기 먹자!


옛날 어릴 때 방학는 날

아빠가  한 턱 쏘던 명동 한일관

높이 솟은 구멍 뽕뽕 놋 철판에 

지글지글 불고기 그리고 냉면



돌아가신 아빠를

추억하며

그 옛날 어릴 때를

상하며

그때와 꼭 같은

불고기를 먹는다.


대거 몰려드는

잘 차려입은

멋쟁이 할아버지들


여긴 이렇게 할아버지들 많이 와

네 아빠 생각나게



밖으로 나오니

무시무시 땡볕


은행 급하지 않아

코스트코 가자.


두루두루 은행일 보자던

스케줄 접고

냉면집 코앞에 있는

코스트코로.


이런 게 있네

이런 것도 있어

그러나 무거우니

똑 떨어졌다는 크린싱 오일

싱싱한 체리사들고 밖으로


무시무시한 땡볕이

여전히 쨍쨍


순박한 아저씨가 다가와

커다란  봉투 두 개를 들이밀며

바로 코앞 모델하우스 구경만 해달란다.


땡볕이 무시무시도ᆢ 하고

아저씨도 너무 착해 보여

저러다 언제 돈 버나 싶어 동행


함께 모델하우스 들어가

너무도 예쁜 최신형 아파트를

구경하고 냉커피도 대접받는다.


모델 하우스 나오니

여전히 땡볕


택시 탈까?

전철 탈까?

버스 탈까?


전철 오르락내리락

다리 아프다. 버스 타자.

급하지도 않은데 웬 택시!



집 앞에 버스 내

똑 떨어졌다는 우유 사고

엄마랑 손 꼭 잡고 룰루랄라~


은행 가기 점점 싫어진다는 엄마.

삼십만 원이 오만 원짜리로 몇 장인가가


매우 어려워 보이는 엄마.

그걸 굳이 숨기려는 엄마.


엄마, 나 있을 때 현금 찾지?

모른 척 현금 인출기  

진행과정을 지켜보는데


캬~ 다행

멘트가 뜬다.


선명하게 보이는 6

오만 원짜리로 찾으면

 어쩌고저쩌고 최대 6 


엄마 이거 보이지?

여기 나오는 숫자 그대로

6만 누르면 돼.

여기 뜨는 숫자를 봐!


다행이다.

그런데 그도 잠깐.

카드 빼고 명세서 빼고

그냥 나오시려.


엄마, 돈! 돈 빼야지.

아차 깜빡했다.


아, 혼자 사는 엄마

걱정이다.


무사태평 우리 엄마

기진맥진 집에 와

침대에 쫙 뻗으며


아, 우리 딸과 찐하게

데이트 한번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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