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콘느 넘 멋지지 않아요?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집으로 돌아가면서 감상할 때였다. 주로 남자들이었는데 여자가 딱 두 명 있었다. 삼십대 후반의 총무 아가씨와 나. 내가 음악을 좋아하니까 남편은 꼭 나를 달고 다녔다. 그 총무 아가씨가 내게 말했다. 특히 하이 펫츠의 샤콘느는 너무 멋지지 않으냐고.
난 샤콘느를 몰랐다. 그녀의 말에 함께 감탄할 수가 없었다. 현란하게 작곡자 연주자 곡명을 읊어대는 그녀 앞에서 난 내내 대화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난 그런 거 관심 없기 때문이다. 제목도, 연주자 이름도, 지휘자 이름도, 작곡자 이름도, 스피커 이름도, 턴테이블 이름도...... 난 하나도 모른다. 그런 나를 남편은 꽤나 답답해했지만 난 그런 거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 모든 걸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이름 외우는 건 복잡하고 싫다. 그냥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면 되지, 저들은 그런 것들이 무어 중요하다고. 흥.
그랬었다. 그것 또한 나의 심한 편견이었다. 나를 당황케 했던 그 샤콘느다. 바로 하이펫 츠가 연주하는. 샤콘느, 샤콘느..... 도대체 샤콘느가 뭐란 말인가? 하도 그녀가 감탄하기에 뒤적뒤적 찾아보았다.
아하. 샤콘느는 그냥 악장의 이름일 뿐이다. 아다지오 , 라르고, 안단테.... 그런 것들처럼 한 악장의 이름일 뿐인 것이다.
그럼 왜 샤콘느 샤콘느 하느냐?
1685년 태어난 바흐는 <학습 시대>를 거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703년 <아른시타트 뮐하우젠 시대>를 한 5년간 보낸다. 1708년 23세 때 <바이마르 시대>를 9년쯤 보낸다. 그리고 1717년 그의 나이 32세 때 쾨텐의 궁정악장으로 임명되면서 6년간 <쾨텐 시대>를보내게된다.
샤콘느는 바로 이때 작곡된 것이다.
궁정악장은 당시의 음악가로서는 가장 좋은 지위였다. 마침 그때 궁정 악단에 비올라 감바의 명수 크리스티안 아벨, 수석 바이올린 주자 요셉 시퍼스 같은 뛰어난 음악가가 있었다. 모두 17명이었는데 바흐 자신도 비올라를 담당하여 즐겨 이에 참가했다. 그뿐인가 아마추어 범주를 넘어선 음악가, 젊은 영주 레오 포르트도 자주 함께 감바와 쳄발로를 연주하며 즐거워했다.
바흐의 주요한 직무는 이 궁정악단을 위해 합주곡을 쓰고 영주의 방에서 열리는 연주를 위해 실내악곡을 작곡하는 일이었다. 바흐 실력을 높이 평가해 이례적으로 높은 봉급으로 대우했던 영주 밑에서 바흐의 창작의욕은 활활 불타올랐다. 세속적 기악곡 대부분이 이 시기에 작곡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대부분이 없어지고 말았다.
다만 3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무반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남아있을 뿐이다.
이 남겨진 곡들이 너무 아름답고 뛰어나서 분실된 다른 작품들의 면모를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다. 곡 대부분은 이 시대의 풍요한 환경과 즐거운 생활을 반영하듯 밝고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 차 있다. 자, 이제 시대 배경을 알았으니 다시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돌아가 보자.
바이올린을 혼자서 연주할 때 가장 분위기 있고 폼 나는 게 바로 이 곡이다. 그러나 너무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연습하지 않으면 멋있기는커녕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바흐는 이 곡을 써놓고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기엔 너무 어려워 무리라고 생각해 출판시키지 않았을까. 나중에 바흐가 죽고 난 뒤 한 상점에서 버터를 싼 포장지로 발견된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샤콘느>라는 악장이다.
다른 악장들은 모두 2~3분 길이인데 반해 이 악장은 자그마치 15분이다. 슬프면서도 강렬하게 시작하여 점점 격렬해지며 클라이맥스로 간다. 그러다 끝 날 무렵 갑자기 조용해지며 등장하는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매우 아름다운 선율~ 어릴 때와 청춘 젊은 시절 그리고 나이 들어서의 노년을 이 한 곡에 모두 표현하고 있다. 바흐가 남긴 정말 기막힌 명곡이다.
하이페츠 꺼
https://youtu.be/zJlwW-QyfZw
정경화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