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카프리스 24번/파가니니

Caprice No.24/Paganini

by 꽃뜰






우리는 지금 바흐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파가니니일까? 바로 전에 다룬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이야기하면서 같은 무반주 바이올린 곡인 파가니니의 이 곡을 절대 빼놓을 수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흐와 파가니니가 같은 시대 사람일까? 아니다. 바흐가 1685년에서 1750년까지 살고 파가니니는 1782년에서 1840년까지 산다. 그럼 왜 이 두 곡을 함께 이야기하느냐? 둘 다 혼자 연주할 때 가장 분위기 있고 폼나지만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연습하지 않으면 멋있기는커녕 망신당하기 십상인 곡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한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곡이다. 바이올린 현 위에서 가능한 것 또는 불가능한 것을 이 곡들에서 마스터해야 한다. 도약 진행, 중음 주법, 무서울 정도로 숨죽이고 연주해야 하는 악절들 때문에 오늘날에도 공식적인 연주회에서 이 곡들을 연주할 수 있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는 몇 사람 안된다.


바로 파가니니가 그런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는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해있었다. 그러나 워낙 괴팍했고 사생활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그가 움직이는 대로 무성한 소문이 따라다녔다. 마치 낭만적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막연하게 그에 대한 전설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온 유럽을 강타한 그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그러나 말년에 심한 병을 앓아 마지막 몇 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칭송받던 거장 파가니니는 결국 병으로 니스에서 외롭게 사망한다. 워낙 베일에 가려져 제자를 거의 두지 않아 그가 죽은 후 이탈리아 기악곡 수준은 한 세기 동안 쇠퇴 일로를 걷는다. 작곡가로서도 그는 금세 잊힌다. 그러다 20세기 후반 들어 다시 빛을 본다. 1820년에 출판되어 바이올린 연주의 새로운 기준이 된 스물네 곡의 카프리스.






카프리스란 무엇일까? 특정한 음악 기법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듯한 기악곡이다. 형식적으로 일정한 틀이 없고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게 쓰인 곡들이다.


영어로 카프리스 caprice

이탈리아어로 카프리치오 cappriccio

한국어로 광상곡 기상곡


狂 미칠 광

想 생각할 상

曲 굽을 곡


綺 비단 기

想 생각할 상

曲 굽을 곡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는 모두 24곡이다. 그 중에서 24번이 제일 유명하다. 우선 하이펫츠가 연주하는 기막히게 매력적인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들어보자.



http://youtu.be/vPcnGrie__M



뛰어난 주제 선율을 쉬지 않고 변주하는 이 곡으로부터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같은 작곡가들도 영감을 받는다. 라흐마니노프는 바로 이 24번 주제를 테마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만든다. 우리는 이제 이 곡을 막심(Maksim Mrvica) 버전으로 들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무성영화처럼 하이펫츠 단 한 명과 피아니스트뿐인 우리가 방금 본 그 흑백 필름과는 정말 다르다. 우선 피아니스트 복장부터가 다르다. 에로틱한 영화에나 등장할법한 팔 근육이 다 드러나는 쎅쉬한 복장에 손목에 두른 까만 밴드 손가락 사이로 이어지는 새카만 줄. 그리고 너무나 잘생긴 얼굴. 현대 춤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며 피아노를 두들겨대는데 온 가슴을 후려 판다. 정말 흥겹고 멋지다.


https://www.youtube.com/watch?v=vGp9Ag8CvS8&list=PLF3A431EA7A285779&index=9



keyword
꽃뜰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