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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땅끝마을 미황사

by 꽃뜰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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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오면서 하도 공기놀이에 전념하느라 창 밖에 바다가 얼마나 멋진지,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도통 몰랐던 우리. 내릴 때 다 되어서야 갑판에 나가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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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님의 시 <바다 1>을 목청껏 읊어본다.


오. 오. 오. 오. 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 오. 오. 오. 오. 연달아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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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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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금강산이라는 달마산 서쪽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옛날에 마을을 돌며

풍년을 기원해주고 지신도 밟아주는 농악대 성격의 군악이 있었다. '서산대사 진법 군고단' 이 바로 그런 군악이었다. 100년 전쯤 한 스님이 바로 이 '서산대사 진법 군고단'을 이끌고 완도 청산도를 가는데 아, 중간에 배가 뒤집혀 스님 한 분만 남고 모두 물에 빠져 죽는다. 미황사는 이렇게 일시에 스님이 모두 죽어 빈 절로 남아

이후 거의 백 년 동안 잊힌 절이 된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1989년 즈음, 지운 스님과 현공, 금강스님이 주인 없이 비어있던 이 절에 들어와 퇴락한 법당을 일으켜 세우고 잡초 무성한 마당을 쓸기도 하면서 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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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만 남아 있던 명부전, 삼성각, 만하당, 달마전, 부도암 등을 하나하나 복원시킨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나자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소문이 퍼져나간다. 대웅전으로 헉헉 올라가다 보면,

먼저 등장하는 멋진 자태.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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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모습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 달마산과 함께 보이는 대웅전.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대웅보전은 보물 947호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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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에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게, 거북 등 물고기 조각이 새겨져 있다. 이 절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랄 수 있다. 불교가 바다를 통해 전파되었음을 암시한다고나 할까? 땅끝 해남에서 천년 세월을 간직한 채 우리를 맞는 미황사를 끝으로 우리는 달려달려 서울로 온다. 모처럼 여고동창들과의 여행이라고 남편들이 더 설레며 배웅하더니 서울에 도착하니 일찌감치 와서 대기 중이다. 하하 꿈같은 세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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