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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1. 2019

땅끝마을 미황사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배를 타고 오면서 하도 공기놀이에 전념하느라 창 밖에 바다가 얼마나 멋진지,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도통 몰랐던 우리. 내릴 때 다 되어서야 갑판에 나가 바다를 본다. 




정지용 님의 시 <바다 1>을 목청껏 읊어본다.


오. 오. 오. 오. 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 오. 오. 오. 오. 연달아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해남의 금강산이라는 달마산 서쪽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옛날에 마을을 돌며

풍년을 기원해주고 지신도 밟아주는 농악대 성격의 군악이 있었다. '서산대사 진법 군고단' 이 바로 그런 군악이었다. 100년 전쯤 한 스님이 바로 이 '서산대사 진법 군고단'을 이끌고 완도 청산도를 가는데 아, 중간에 배가 뒤집혀 스님 한 분만 남고 모두 물에 빠져 죽는다. 미황사는 이렇게 일시에 스님이 모두 죽어 빈 절로 남아

이후 거의 백 년 동안 잊힌 절이 된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1989년 즈음, 지운 스님과 현공, 금강스님이 주인 없이 비어있던 이 절에 들어와 퇴락한 법당을 일으켜 세우고 잡초 무성한 마당을 쓸기도 하면서 살기 시작한다. 





흔적만 남아 있던 명부전, 삼성각, 만하당, 달마전, 부도암 등을 하나하나 복원시킨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나자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소문이 퍼져나간다. 대웅전으로 헉헉 올라가다 보면,

먼저 등장하는 멋진 자태. '달마산' 




이 산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모습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 달마산과 함께 보이는 대웅전.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대웅보전은 보물 947호로 지정된다. 




대웅전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에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게, 거북 등 물고기 조각이 새겨져 있다. 이 절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랄 수 있다. 불교가 바다를 통해 전파되었음을 암시한다고나 할까? 땅끝 해남에서 천년 세월을 간직한 채 우리를 맞는 미황사를 끝으로 우리는 달려달려 서울로 온다. 모처럼 여고동창들과의 여행이라고 남편들이 더 설레며 배웅하더니 서울에 도착하니 일찌감치 와서 대기 중이다. 하하 꿈같은 세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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