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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31. 2019

강릉 여행 1

1970년에 배화여중을 다닌 친구들과 함께



<2018년 8월 16일>




E는 기율부를 본 적이 없다 하니 그렇게 그녀는 항상 너무나 일찍 이 교문을 통과했고 난... 달려라 달려~
매일 헉헉 헐레벌떡 교문 닫히기 일분 전에 슛 꼴인~ 가까스로 이 교문을 통과하였으니. 하하 사람은 모두 
제각각.



아, 그리운 신관. 햇빛 따스히 내려앉던 곳. 1학년 때 3층 2학년 때 1층 3학년 때 2층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때 그 교실들. 들어가자마자 가운데에는 수도가 있었지. 그리고 갈라져 오른쪽으로는 교무실. 하하




우리 3학년 때 공부하던 모습. 당연히 우리 반이지. 이반. 흐흐. 오른쪽 창가에 젤 큰애들이 쫘악 앉았었지. 창가 두 번째 끝이 나 인 것 같아. 




게이트웨이 영어 선생님. 오홋. H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네 진짜. H는 알겠는데 정작 나를 못 찾겠다. 키가 커서 맨 뒤에 있을 텐데. 



이반 피구대회. 우리 체육대회는 그때 정말 재밌지 않았냐. 엄청나게 큰 행사. 난 항상 피구부 주장을 했어. 애들 40여 명 이끌고 매일 훈련시키고 그러는 거. 정말 재밌는 체육대회였는데. 공 뺏기고 안타까워하는 H랑 KJ. 




그때 누군가 말했지. 우리 소풍 늘 서오릉으로 가지 않았니? 맞아. 여기 서오릉 같아. 그렇지? 이렇게 멀고도 먼 곳으로 소풍을 갔지.



지금에 비하면 참 학생들 많고도 많다. 그야말로 빠글 빠글이네. 하긴 내가 중학교 처음 들어가서 우리 반 72명 중에 72번이었으니까. 키가 제일 컸어. 하하




여하튼 이런 세월을 함께 보낸 배화의 친구들이 오늘 여행을 간다. 새벽 4시에 나는 집에서 나온다. 전날이 광복절이라 태극기가 아직 걸려 있다. 새벽 4시의 정류장. 이마트편의점 불빛이 있어 다행이다. 너무 무서우면 어쩌나 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곧 대여섯 명이 커다란 트렁크를 덜덜 덜덜 굴리며 나타난다. 해외여행 팀인가 보다.



사람 가득가득이던 대합실도 널널~ 던킨 도너츠도 할리스 커피도 아직 아무 데도 문을 열지 않았다. 썰렁한 새벽 대합실. 





곧 기차가 올 것이다. 무수히 드나든 KTX 울산역. 저 끝에서 불을 반짝이며 내가 타야 할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우리 집 앞 리무진 탈 때부터 함께 한 커다란 트렁크 부대. 내 앞에들 앉아 시끌벅적. 나 홀로 씩씩하게 가던 중 와우~ 호홋 HY야~ HY야아아아~ 광명역에서 대거 들이닥치는 나의 친구들. 문득 시끌벅적 그 단체에게 흥! 나도 친구들 가득입니다. 나도 이제 시끄럽게 할랍니다. 그런 심보랄까. 하하 홀로 긴 여행 끝에 만나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서울역에서 모두 함께 내려 강릉행 케텍으로 바꾸어 탄다. 서울팀 합류. 열차는 강릉선. Y 서방님께서 맛있게 삶아 주신 옥수수를 먹으며 출바아알~


오홋 너무 맛있어. 감사합니다~ 간다 못 간다 할인 표를 끊어라. 샀다가 팔았다가 다시 샀다가 그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 YS까지 합류하며 전원 출석!!!!이라는 기염을 토하니 하하 배화여중!!! 대단합니다. 



나의 등을 봐줘~ 아직도 참 예쁜 MH가 쎅쉬~ 한 옷을 입고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호호 M이 MH의 드러난 등짝을 어루만지며 할머니가 이럼 쓰시나요. 나의 KTX 표 사는 실력이 발휘되어 잠깐 이벤트 네 명이 5만 원!이라는 그 복잡한 티켓을 구매해 십오만 원 정도를 할인받는다. 와우 HY 최고!!! 치켜세우는 친구들 앞에서 난 그저 싱글벙글. 케텍 첨 타는 친구들에게 난 그야말로 대단한 케텍 도사. 흐흐 작년 8월 16일 바로 오늘 날짜에도 우리는 강릉에 왔었다. 꼭 같은 날 꼭 같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꼭 같이 우리는 강릉에 왔다. 우산이란 우산은 다 뒤져 우리 수만큼 커다란 우산을 들고 나타난 K. 어떻게 우리가 강릉에 오기만 하면 비가 올까? 부슬부슬부슬 하염없이 내리는 비.




작년엔 버스 타고 강릉터미널에 오래오래 걸려 왔는데 금년엔 평창올림픽 덕에 케텍 타고 금방 도착. 따끈따끈 깨끗한 새 열차로. 운전기사로 조카님까지 물색해 우리 모두를 태울 커다란 밴까지 대령한 K. 그야말로 우리 맞을 준비가 완벽이다. 직접 자기 차 운전하랴 친구들 챙기랴 정말 바쁜 K.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오홋 사무실에 들어가니 바리바리 옥수수가 한가득. 우리 신랑이 너희들 온다고 강원도 정선 옥수수를 밭에 가서 직접 사와 저렇게 나눠 놓았다. 무거워서 애들 이런 거 싫어한다 해도. 헉. 무슨 말씀을!!!! 우리 기운 쎄. 이런 거 다 들고 갈 수 있어. 우리 옥수수 얼마나 좋아하는데. K서방님, 최고!!! 감사합니다~ 화들짝 놀라며 우리들 너무너무 좋은 감정을 맘껏 드러낸다. 하하. 

작년보다 세간살이가 많이 늘었네~ 자자 모여봐. 일단 기념사진 찍고. 선생님도 오셔야지요? 오늘의 약선차 스승님 K를 모셔놓고 찰칵. 하와이안 무궁화라는 히비스커스 레몬 코디얼을 배우는 날. 엣 헴. 내가 선생님 해볼까? M이랑 Y량 선생님 자리에서 폼 잡고. 책상 한가운데 한 가득 삶아 놓은 강원도 정선 까만 옥수수. 아, 너무 너무 맛있어. 일단 와그작와그작 옥수수를 실컷 먹고 이미 완성된 히비스커스 코디얼 새빨간 멋진 음료를 마신다. 베트남 프로젝트로 무척 바쁜 중에도 만사 제치고 참석한 교수 YM이 좋아 어쩔 줄 모른다. 호호. 열심히 일한 당신 오늘 푹 쉬세요~


H는 먹기 바쁘고 히히 공부 잘하는 YM은 역시 공부에 열심. 시어머니 모시고 살림꾼인 E는 역시 조신하게 히비스커스 코디얼을 따르고. KJ는 그저 좋아 흐뭇한 미소. 에~ 공부를 시작합니다. 산만한 우리들을 겨우 진정시키며 K가 강의를 시작한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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