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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7. 2019

강릉 여행 2

1970년 배화여중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


<2018년 8월 16일> 


학구적 열기가 지나가고 이제 실제로 공부한 대로 만들어 보기로 하였으니, 와우 앞치마도 다르네 너무 멋져. 대장금 꺼 같은 멋진 앞치마에 입을 사람~ 하니 M이 살랑살랑 저요~ 제일 먼저 튀어 나간다. 입기도 복잡한 멋진 앞치마. K가 이리저리 M에게 입혀 주고 두 번째 타자 E에게도 입혀 준다. 




하얗고 멋진 앞치마는 한 개 한 개 다 입는 법이 제 각각이었으니 우리 K 강의하랴 옷 입히랴 차 만들랴
바쁘다 바빠. 캬~ E야, 너무 잘 어울려. 조신한 E에게 딱 어울리는 얌전한 스타일의 앞치마. 너무너무 이쁘다고 모두들 난리. 3번 타자 나!!!! 4번 타자 MH. 그렇게 남아있는 앞치마를 모두 받아 입는다.




자, 레몬을 닦으세요. 빡빡 빡빡 노란 레몬에 하얀 베이킹 소다와 굵은소금을 함께 넣어 빡빡 빡빡 더 세게!!!
옛쏠!!! 빡빡 빡빡빡빡 나랑 MH랑 레몬을 죽어라 씻어댄다. 아, 힘들어~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지는 남미산

히비스커스. 저울 담당 M이 정확히 재어 똑같이 분배한다. 



물에 잘 우려 놓은 히비스커스를 팔팔 끓이기 시작. 나랑 MH랑 빡빡 닦은 레몬을 식초 물에 담근 후 팔팔 끓는 물에 튀겨 껍데기를 저며 이 곳에 투하. 오호호 호호 홍 우리 일 너무 많이 한당. Y는 여전히 카메라 들고 친구들 사진 찍으며 싱글벙글. 생수 뚜껑을 착착 열어 히비스커스 두 스푼 씩 넣는다. 이렇게 우러난 물만 

먹어도 건강이 팍팍 좋아진단다. 열심히 생수에 히비스커스를 담아 두통씩 가져가도록 히비스커스 우린 물 총 24개를 만든다. 음하하하




프락토 올리고당이 그렇게 몸에 좋단 말이지? 어디서 사? 슈퍼에 가면 있어. 그래 프락토 올리고당 기억할 지어다. 이거 깡통에 좀 남았는데 나오질 않아. K가 커다란 드럼통을 들고 쩔쩔매자 MH가 나서며 저리 비켜봐. 칼이랑 가위 줘봐. 내가 이런 건 전문이야. 왕년에 한솥 도시락 운영해봤거든. 비키라 하고는 탕탕탕탕. 될 듯 될 듯 잘 안되니 K가 달려들고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조마조마. 결국 YM까지 세명이 달려들어 탕탕탕탕 이래도 안 나올래? 




그래도 잘 안되고 모두 모두 낑낑대자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보던 H. 뒤적뒤적 어딘가에서 커다란 망치 들고 등장. 오마 낫. 너도 참. 그래도 이걸로 두들겨 봐. 탕탕탕탕 하하 커다란 망치가 너무 웃겨서 깔깔 푸하하하 와우 된다. 돼. 커다란 깡통에서 남은 프락토 올리고당을 말끔히 쏟아내는 데 성공~ 오 예. 팔팔 끓고 있는 히비스커스랑 레몬 섞은 것에 올리고당 투하. 그냥 올리고당 아니고 프락토 올리고당. 몸에 좋은 거. 열심히 선생님 말 듣는 우리 조신한 장금녀들. 프락토 올리고 당 한 방울도 빠짐없이 빠져나오라고 탕탕탕탕 그릇에 괴어 놓고.





그리고도 히비스커스 차를 우리 모두에게 한 봉지씩 나누어 준다하니 J가 일단 한 봉지 채워 넣으면 저울을 꽉 잡고 있는 M이 50 그램씩 정확히 가늠하여 덜고 더 담고 한다. 호홋 봉투가 잘 안 닫혀도 우리는 꾹꾹 눌러 많이 담는 데 치중했으니 저울 담당 M이 멋지게 그 과제를 수행하며 좋아한다. 오예! 우리 무지 많이 담았어!




레몬, 이거 보통 작업이 아니구먼. 껍데기 저며 쓰고 속 알갱이는 즙을 내고. 자, 레몬 껍질을 벗겨요 벗겨. 저울 담당 M은 이제 레몬 즙을 짜는 데 몰두하니 반으로 잘라진 레몬을 레몬즙 짜는 기구에 대고 꽉꽉 힘차게 눌러 준다. 바쁘고 바쁜 주방. 살림꾼 E는 어느새 싱크대에서 온갖 그릇들을 닦아내기 바쁘고 선생님은 총괄지도. 모두 모두 바쁘다. 그러나 일하다 수다 떨다 하니 일을 해도 일 같지 않고 힘도 하나도 안 드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하다.





얘, 우리 중학교 때 가사실습 있었잖아? 지금 꼭 그때 같아. 맞아 맞아. 그때 우리 나박김치도 담그고 함박스테이크도 만들고 다 만들면 교장선생님 갖다 그리고 그랬는데. 그래. 별장 같은 곳에 홀로 사셨던 할머니 교장 선생님. 언제나 단정하게 한복 입고 계셨지. 손으로는 열심히 우리가 가져갈 히비스커스 코디알을 만드느라 분주하고 입으로는 우리의 중학교 때 그 철없던 시절을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아, 그때 공민 선생님 정말 예쁘고 세련되고 난 그 선생님 정말 좋아했다. 나도 첨엔 무지 좋아했는데 우연히 그 선생님의 실상을 본 후 싫어졌어. 등등 줄줄줄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들의 추억.




너희들 우리가 대단한 역사적 현장에 있었던 거 알아? 마포대교 건너서 과학선생님 따라 여의도 광장에 갔었잖아. 빌리 그레함 목사가 왔던 그때. 아, 그 넓디넓은 광장에서 결심한 사람 손들고 일어나라는데 그땐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나도 일어나서 그 까만 밤에 그 넓은 곳에 가득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떡 일어나 눈물 줄줄 흘리며 결심했다. 그래 맞아. 그 과학선생님. 한복 입으신 나이 쫌 드신 선생님. 막대기 하나 들고 다니시며 툭하면 가르치다가 찬송가 부르시곤 했지. 그때 국어 선생님 기억나? 연대 국문과 나오신 너무나 예뻤던 선생님. 알지. 정말 잘 가르치셨지. 오홋. 우리들 추억은 정말 무궁무진. 들어가야 할 것들 다 집어넣고 부글부글 끓여서 식히기만 하면 끝. 이제 거의 다 완성. 신나게 수다 떠는 새 우리가 가져갈 너무도 아름다운 빛깔의 히비스커스 코디얼이 완성된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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