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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28. 2019

마하 스카이

하나는 외로워 

마하 스카이가 뭐예요?



내가 마하 스카이라고 할 때마다 듣는 질문이다. 마하 스카이. 글쎄 그게 무얼까? 참으로 순식간에 어처구니없이 지어진 이름이기도 하다. 본래 우리가 하고 있던 모임은 스카이다. 조금 치사한 듯 하지만 어쨌든 아들을 스카이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엄마들의 모임이라 하여 붙였던 이름이다. 그 옛날에 하하. 염정아의 스카이캐슬이 나오기 아주 한참 전에 말이다. 그런데 그건 우리 기뿐이지 일 학년 이학년 삼 학년 임원들이 다 모여 일해야 할 때가 있었다. "와우 이 모임도 괜찮네. 우리 계속 모일까?" 해서 만들어진 게 이름하야 마하 스카이다.  왜냐하면 마하는 무언가 큰 것 같고 스카이들의 가장 큰 집합체니까 마하 스카이. 그렇게 우리 애들이 고3일 때 고2 고1 임원 엄마들이 모였고 그 이후로도 새로 학년이 들어오는 대로 모이다가 추리고 추려져서 딱 10명 십여 년 세월에 꼭 맘에 맞는 엄마들만 남겨진 모임이다. 아들들의 근황을 물으며 결국 우리들 이야기로 이어진다. 모두 바쁘니까 다만 몇 번 만날 뿐이지만 꼭 일 년에 한 번은 일박이일 여행을 가서 밤새 이야기하며 우의를 돈독히 한다. 



금년 모임은 산속 펜션이다. 예약자에게만 밥을 해준다는 이곳. 일찌감치 예약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고 아침까지 먹으며 주야장천 그저 수다만 떨기로 한다. 처음 일박이일 할 때는 바리바리 싸들고 와 배추전이며 밥이며 찌개며 거창하게 만들어 먹었으나 먹고 치우는 일로 시간을 다 보내자 바꾸기로 한다. 물론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재미는 있지만 우리는 점점 마냥 이야기만 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밥도 다 예약하고 오로지 주둥이만 동동 가지고 모이기로 한다. 



이런 방이 세 개에 커다란 거실. 우리가 복닥복닥 함께 모여 수다 떨기 딱이다.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바쁜 일정의 모두가 하나 둘 모여든다. 만날 때마다 잊어버려 자꾸 나이를 물어보고 서열을 정한다. 세상에 신경 써서 듣고 보니 쭈르륵 한 살 차이로 쫘악이다. 57년생인 나를 대빵으로 59, 60, 61, 62, 63, 64, 65년생까지 줄줄이. 오홋 이렇게 모이기도 힘들 텐데. 웬일이야 우리. 어쩌면 그새 너무 잘 차려 먹는 데만 신경 쓰느라 깊이 있게 나이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는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언니! 이게 바로 해당화예요! 



너무나 즐겁게 소리치는 후배? 아니 아들 후배의 엄마. 하하 어쨌든 우리는 와인잔을 부딪치며 언제나 해당화! 해왔다. 해! 해가 갈수록  당! 당당하고  화! 화려하게  바로바로 그 해당화라고 나타난 꽃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들 후배 엄마들. 네이버를 켜서 스마트 렌즈를 들이대면 꽃 이름이 즉각 나온다며 검색 방법도 알려준다. 




요리가 취미라 어쩔 수 없어요~


이 너른 땅에 펜션을 지어 받을 수 있을 만큼만 예약제로 손님을 받아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숙박을 제공한다는 펜션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취미를 발휘하고 싶어 이렇게 사람들과 나눈단다. 그러고 싶을까?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 이런 게 취미가 될 수 있지? 이 너른 땅의 소유자라면 돈이 꽤 많을 텐데 그냥 편하게 그 돈 쓰면서 살지 말이야. 하하 우리는 살짝 소곤대지만 어쨌든 맛있는 한우를 대접받는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기로 했지만 통도사 선다회 멤버라는 한 엄마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바리바리 다기며 테이블보며를 싸 갖고 와 식사 후 우리에게 귀한 차를 정성껏 대접한다. 직접 만든 다식과 함께. 그 찻상이 차려지고 있다. 식탁과 소파를 거실에 끌어다 놓고 나름 분위기를 만든다. 본격 수다 떨 준비가 갖춰지는 것이다. 따끈따끈 따뜻한 방과 거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기로 했지만 차가 준비되고 귤, 사과, 포도 , 배도 마련되고 그리고 짜잔~ 아름다운 케이크와 함께 모든 불을 끄며 그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시어머니 지금껏 모시고 살다 얼마 전 분가했어요로 시작해 애들이 서울대 합격했을 때의 그 감동의 이야기하며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화려하게 지내다 모든 것 끊어내던 이야기 하며 상속금을 분배 않는 오빠에게 속상했던 이야기 하며 분명 새언니 때문 일거라는 이야기 하며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차마 할 수 없었던 피하고픈 가슴 아픈 이야기까지도 술술술 술 풀려나온다. 그러면서 친밀의 강도가 높아진다. 어마나 그랬어? 어떡해. 추임새를 넣어가며 대화는 깊어간다. 와인을 따고 또 따고 가져온 와인병을 다 비울 때까지 눈이 벌개 지고 마음이 느슨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면서 저 마음속 깊이깊이 숨겨둔 이야기들이 줄줄줄줄 터져 나온다.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결국 새벽 네 시 삼십 분에야 마지막 팀이 잠자리에 든다. 



하나는 외로워 이렇게 자꾸 모이는 걸까? 혼자 나이 드는 게 두려워 이렇게 많이 만나는 걸까? 그냥 모임이 한 번 정해지면 나는 그냥 가는 대로 쭉쭉 성실히 참석한다. 그러다 보니 모임이 참 많다. 우우우 몰려다니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말 저말 온갖 말을 하고 또 온갖 말을 듣는다. 어마나 그래요? 어마 그랬어요? 어떡해요. 그런 실감 나는 반응이 있는 곳에서 실컷 수다를 떠는 게 나는 참 좋다. 그냥 막 좋다. 




완전 무리 지어 함께 나이 들어가고 비슷한 느낌으로 비슷한 삶을 살아내는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저 좋다. 우리의 수다는 밤새 불타오르고 와인으로 볼 따귀도 붉게 타오른다. 무언가 터질 것만 같은 우리의 가슴도 활활 타오른다. 밤이 깊어가면서 하하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잠깐 19금을 넘어가기도 한다. 푸하하하

 



부슬부슬 비가 온다. 빗방울이 가는 나뭇가지에 맺힌다. 바쁜 일상으로 들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일 년 후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가득가득 채워질까?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이야기. 듣다 보면 모두 모두 비슷하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 했던가.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결국 그 총량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그러니 오늘 안 좋으면 내일 좋겠지 그러려니 즐겁게 살자며 일박이일 긴 수다의 만남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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