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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8. 2019

의사에게 말할까 말까?



나는 지금 안과에 있다. 그런데 영 기분이  찜찜하다. 모임 끝나고 그대로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시내 나온 김에 안과에 들른 것이다. 매우 귀찮지만 시내 나온 김에!  하고 왔는데 에구 사람이 무척 많다. 세시면 한가할 줄 알았는데. 무엇이 찜찜하냐... 사람이 많은 데 간호사가 나를 어느 방으로 들어오라 한다. 눈 찜질을 한단다. 안구 건조증으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번 꼴로 눈 검사를 받고 눈물을 처방받는다. 그때마다 이렇게 의사 진료 전에 눈 찜질을 한다.


처음 받을 땐 꽤 시원하니 좋았다. 따끈따끈한 물수건을 눈에 대고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점점 수건도 별로 안 따뜻하더니 오늘은 최악이다. "하나도 안 따뜻하네요." 살짝 말해보았지만 그냥 웃기만 할 뿐 아무 응답이 없어 그냥 누워 그 미지근한 타월을 눈에 댔다. 따뜻하지도 않을뿐더러 게다가 참 안 깨끗해 보인다. 무언가 때에 전 듯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킁킁 냄새까지도 나는 것 같다. 하이고.


여기가 안과인데 제대로 타월을 소독이나 했을까? 미지근한 더러워 보이는 이 타월 때문에 도리어 내 눈이 감염되는 건 아닐까? 수건을 눈에 대고 찜질이랍시고 누워있는데 괜히 불안하며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왜 이렇게 수건이 지저분해 보이나요? 좀 더 따뜻하게 해 주세요. 하나도 안 따뜻해요."  등등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그냥 꿀떡 목구멍으로 삼켜버린다.  방글방글 웃으며 하나도 안 따뜻하다고 살짝 말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으니 말이다. 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아, 나의 갈등의 시작이다. 


이제 곧 진료받을 텐데 차라리 의사에게 다 말해버려? 눈 찜질하는 수건이 너무나 지저분해 보이고 영 따뜻하지도 않다고?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얼마 전 항상 찜질했는데 그날은 그게 없었다. 진료 중 의사가 지금처럼 매일 찜질하시고 어쩌고 하는 말에 무심코 나는 "오늘 눈 찜질 안 했는데요." 하자 금방 곁의 간호사에게 홱 눈을 돌리며 "찜질 안 했나! " 모 그런 어떤 질책이 따르는 듯하여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아, 난 그게 간호사가 잊어서 못한 것인지는 정말 몰랐다. 그냥 매일 하던 걸 안 하네 하고 있었는데. 어쨌든 그 사건 이후 내가 가면 철저히 찜질방으로 데려가는데 난 언제나 그 타월이 영 찜찜하다. 미적지근하고 더럽고. 


그런 사건이 있었기에 난 무심코라도 의사에게 말하기가 영 꺼려진다. 그들이 어떤 질책을 받을지 모르니까. 그런데 간호사가 정말 여러 명인 큰 병원인데 왜 그럴까? 영 눈이 찜찜한 듯 불안하다. 그런데 의사 진료 시 어떤 말 중에 여기서는 타월을 철저히 소독해서 눈 찜질을 하니까 하는 말이 나온다. 그럼 그 더러워 보이는 수건이 소독된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의사는 철저히 소독된 깔끔한 타월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만 있는 것일까? 아 어떻게 할까. 결국 난 아무 말 못 하고 나온다. 그런데 영 눈이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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