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Sep 02. 2019

울산시청에서 안 고쳐주네요

울산시청에서 안 고쳐주네요.


"전광판에 이 버스가  안 뜨던데 혹시 왜 그런지 아시나요?" 산역에 도착해 내리면서  지극히 부드럽게  물어보는 나에게 5004번 기사님께서 웃으며 답해주신다. 여러번 요청했는데 안고쳐준다고. 질문은 웃으면서 했지만 이 먹통인 전광판 때문에 나도 뜨끔했고 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무슨 일이냐~


'5시 50 남창역 출발이니까 우리 집 앞에는 6시 15분쯤 도착할 거야. 넉넉하니 5시 50분에 집에서 나가자. 가서 기다리더라도.' 하도 서울을 자주 가니까 나는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사진 찍어 저장해 두고 서울 갈 때마다 버스를 골라 시간 계산을 해  이용한다. 그에  따라 정류장에 나왔는데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온 아가씨와 여러 명의 여자들이 마구 이야기하고 있다. 전광판에 5004번이 곧 온다고 뜨지 않으니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아가씨는 이것과 연계해 외국에 가는지  열차를 절대 놓치면 안 되기에 벌써 부모님을 불렀다 한다. 울산역까지 태워달.


급기야 어떤 분이 제안을 한다. "우리 모두 울산역까지 택시비를 나누어내 기로하고 택시를 타고 가면 어떨까요 " 모두들 그러자 그러자 하고 있다. 그때 경험자인 내가 점잖게 나선다. "전광판엔 없지만  버스 곧 옵니다."  " 시간표 보고  일찍 나왔는데도 그 버스 소식은 없네요. 정말 올까요?" 의심하는 그들에게 "네 지난번에 제가 탔어요." 자신 있게 말해준다.  바로 내가 겪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달에도 바로 요 시간에 이 정류장에 왔었다. 앗 그런데 전광판에는 이 버스의 소식은 없고 6시 반에 남창역에서 출발한다고만 쓰여있는 것이다. 당황한 나는 남편에게 전화했고 곤히 자던 남편은 놀라 뛰쳐나와  여차하면 날 울산역까지 태워줄 태세를 하고 있었다. 5시 50분에 오는 차가 없다면 나는 기차 놓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상하다  여유 있게 나왔는데. 이미 떠났을 리가 절대 없는데.'  마침 버스정류장 의자에 오래전부터   앉아있는 듯 보이는 아가씨가 있어 물어본다. "혹시 5004번 버스가 지나갔나요?"  아니 못 보았단다. 친절한 답에 힘입어 나는 또 물어본다. "이상하네요. 5시 50분 차가 곧 도착해야 하는데  전광판에 그 버스 소식이 전혀 없어요."  친절한 그녀.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헉 어떻게 아세요? 그렇죠? 그런데 여기 왜 없을까요? 그쵸? 있죠? 그 버스 오는 거죠?" 난 반가움에 다다다다 속사포로 질문을 퍼붓는다. 웃으며 그녀는 답해준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어제도 전광판에 없는데 왔어요." 주로 그 시간대에 거기서 버스 탄다는 그녀는 웃으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5004번은 진짜 왔고  나는 안전하게 탔고 대기하던 남편도 집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자신 있게 택시 타고 가려는 그들을 눌러 앉혔지만 시간이 되어도 버스가 안 오니 매우 불안 해들 한다. '아, 괜히 말해주었나? 진짜 안 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아니 난 잘한 것이다. 나의 그 말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고 어쩌고 얼마나 우왕좌왕 당황겠느냐 말이다. 이미 부모님 차로 떠난 젊은 아가씨는 빼고라도 말이다.


다행히 늠름하게 5004번은 곧 도착한다. 내 말이 맞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안심들 하며  버스를 탄다. 그런데 울산시청에서는 왜 한 달이 넘도록 안 고쳐주어 사람들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의사에게 말할까 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