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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4. 2019

왜 그런 걸 물었을까?

오지랖 나

여기서 글 좀 쓰고 그래도 될까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사장님이라는 중년의 여자는 안될 거라고 여기는 조용한 곳이 아니라고 지금 아침엔 조금 조용하지만 12시부터는 자리 없어서 사람이 그냥 나가기도 한다며 일종의 난색을 표한다. 오래 글 쓰고 그런 건 안될 거라며 이 곳이 얼마나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인가를 누누이 설명한다. 오픈 시간을 물으니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라는데 사람들이 항상 가득가득이란다. 뭐 나도 하루 종일 할 거라면 이렇게 동네 카페 오지 않고 도서관에 가니까 그저 집에 있을 때 영 집중이 안될 때 살짝 이용하려는 거니까 네, 그렇군요 정말 사람이 많군요. 오래 쓰는 건 안 되겠군요. 했지만 영 마음은 무언가 불편하다. 


난 어젯밤에 서울에서 왔다. 그러니까 사실 맘 속으론 어제 일어난 일들 쓸 게 한 가득이기에 도서관에 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남편에 대한 의리상 집을 비웠다 오자마자 또 비우는 그럴 수는 없지 아니한가. 그래서 아침도 다 준비해 놓고 그가 일어나길 기다려 함께 아침을 먹고 집에서 쓰려했지만 무언가 쓸 게 한가득인데 집중이 안된다. 그대로 글도 못 쓴 채 하루가 또 후딱 흘러가 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결심한다. 그래 한 번 가보자. 


여보, 나 집 앞의 카페 한 번 가볼게.
잠깐씩 거기서 글을 쓸 수 있다면 도서관 하루 종일 안 가고도
얼마나 좋아? 내가 한번 해볼게. 


하면서 집을 나섰던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점심시간까지 여유 있는 그 시간에. 혼자 처음 들어서며 집 앞에서 이렇게 몇 시간 집중해 글 쓰면 참 좋겠다 하여 일단 와보자한 나의 결심에 축포를 터뜨리며 생글생글 밝은 웃음을 곁들인 예의 가득한 모습으로 물어본 것이다. 그냥 어딘가 자리 잡고 앉아서 하면 될 것을 나는 그렇게 시시콜콜 보고를 하며 일종의 허락을 요구하는 형태가 되었으니 지금 이 곳 세 테이블 정도에 사람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략 세어보니 12 테이블 정도에 유리문 안쪽으로 1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단체 테이블이 있는 규모의 카페다. 우리 집에서 나오자마자 몇 발 짝 안 걸어 있다는 것이 나에겐 최고 메리트인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오기 전 사장님이 이런저런 배달된 물류를 정리하며 이 곳을 맡고 있는 가보다. 


모 그래도 오늘은 왔으니 차 한잔 마시며 해볼게요. 


카페에서 주로 아메리카노를 시켜 먹으나 그것은 3,200원 제일 싸다. 무언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려면 비싼 걸 마셔야 할 것 같다. 무엇이 좋을까 물으니 바닐라 라테가 맛있다고 권한다. 네 그거 주세요. 하고 아주 구석진 곳의 동그란 작은 탁자. 딱 한 명 또는 두 명 앉을 의자 두 개뿐인 자그마한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놓으면 커피도 올릴 수 없는 아주 작은 테이블이다. 그렇게 앉아서 노트북을 펴며 드는 생각. 내가 그렇게나 죄인처럼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었을까? 매일 주야장천 있을 것도 아니고 잠깐잠깐 집에서 집중이 안될 때 몇 시간 이용하기 위함인데 말이다. 네 기꺼이 쓰세요~ 를 기대하고 물었던 것일까. 굳이 그렇게 물을 필요가 무엇 있었을까. 그냥 앉아서 쓰고 사장님 말대로 너무 사람이 많아서 되돌아나가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때 피해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난 항상 그렇다. 남편 말에 의하면 꽤 오지랖인 것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을 그걸 방글방글 최대한 예의적인 미소를 띠며 그렇게까지 문의할 필요가 있었느냐 말이다. 길어지는 거부의 대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괜히 마음만 복잡하다. 이럴 때는 말이 없고 과묵한 남편이 난 참 부럽다. 그는 말이 많지 않으니 실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이것저것 모두 표현하기에 손해도 많고 실수도 많고 마음도 많이 복잡하다. 왜 그랬을까? 그냥 들어와서 차 한 잔 시키고 노트북 켜고 조용히 나 할 일 하면 되었을 것을. 마치 사장님의 우리 카페에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요. 그 자랑만 한참  들은 듯한 느낌이랄까. 여긴 절대 조용한 곳이 아니어요. 글쓰기에는 그렇게 오래 있기에는 절대로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에 안 가고 집에서 잠깐잠깐 이용하면 좋겠다는 나의 갸륵한 생각에 무언가 찬물이 쫘악 껸져지는 느낌이다. 글을 쓸 때는 꼭 조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시끌벅적하여도 그 사람 많은 중에 홀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자면 이상하게 무언가 집중이 잘 된다. 지금 그렇다. 집은 조용하고 음악도 있고 그런데 이상하게 집중이 안된다. 써야 할 것도 많아 난 노트북을 들고 그냥 동네 슈퍼 가듯 이 카페로 왔다. 사실 그것도 많이 용기를 낸 것이다. 오며 가며 이 카페 안을 들여다보며 과연 내가 저기서 홀로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동네 사람들 가득인 이 곳에서? 아니, 좀 창피해. 모 그런 생각으로 항상 오지 못했던 곳이다. 오늘 드디어 들어와 노트북을 편 나의 용기에 짝짝짝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난 이렇게 복잡한 마음 갈등을 겪지 않고 일사천리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낼 수 있었으리라. 그런 말을 들었으니 이젠 저녁때도 잠깐 오고 싶을 때 올 수가 없게 된 것 아닐까. 사장님 왈 저녁때는 앉을자리 하나 없다는데 어떻게 올 수 있겠는가. 노트북을 들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 곳에 무수히 많은 아주 작은 카페들. 살짝 보면 갑자기 들어선 이 곳 때문일까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한 그곳에 가서 차 한잔 시키고 오래 머물 수는 절대 없지 아니한가. 아, 난 왜 이렇게 사소한 감정에 많이 휘둘릴까. 


말을 적게 하고, 필요치 않은 질문은 하지 말고 좀 무언가 의연한 듯 그렇게 살자. 이젠 그럴 나이도 되지 않았는가. 하~ 나도 참 언제 제대로 어른이 될까. 기왕 들어왔고 아직 많은 테이블이 남아있으니 이걸로 갈등을 끝내고 이제 쓰려던 걸 완성하자. 파이팅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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